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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변산 쇠뿔바위봉 & 의상봉_모두 더위 때문이야. 본문
2021년 8월 5일(목). 변산의 쇠뿔바위봉과 의상봉에 다녀왔다.
청림마을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새재 - 지장봉 - 쇠뿔바위봉 - 의상봉 - 투구봉 - 새재 - 청림마을로
13 km의 거리를 8시간 20분 동안 걸었다.
거의 세 시간을 운전해서 청림마을로 들어서기 바로 전에 있는 공용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서 몸을 가볍게 한 후, 8시 30분 경에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길에 접어들어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들머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곳곳에 보여서
들머리를 찾는 어려움을 덜어줬다. 그런데 마을을 걷는 동안 보이는
이 압도적인 쇠뿔모양의 바위봉우리가... 또는 그 왼쪽으로 보이는
마천루의 절벽과 흰 바위봉우리가 나의 걸음을 재촉하지만
올 들어 가장 덥다는 오늘의 무더위가 걸음을 붙잡아 당기고 있다.
그래도 먼저 다녀가신 블로거님들이 찍은 파란지붕집의 왼편에 나 있는 작은 도랑을 따라 들어가서
새재에 도착을 했다. 겨우 30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옷은 땀에 다 젖었다.
바람이 살랑 일고 있으니
털썩 주저앉아 가져온 토마토 한 개를 덥썩 입에 물고 그 시원함을 음미함이 마땅했다.
그래! 이 정도의 시원함은 사바세계에선 결코 누릴 수 없는 것이지... ㅋ
그렇다고 언제까지 앉아있을 수는 없어서 다시 길을 걷는데, 평일 이른 시간이라선지
요놈의 거미줄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을 습격하는 통에 혼자 씨부리는 해프닝.
살짝 오름길을 올라 능선에서 마주친 거대한 암봉!
와우~~ 첫 마디는... 멋지다! 그 외엔 달리 말할 필요 없음.
지장봉이었다. 더욱이 주변 조망마져 트여 둘러보기 바쁠지경.
멀리 의연한 의상봉 가까이엔 깃발을 휘날리는 듯한 깃대봉.
그런데 요 앞 흰 봉우리는 이름도 많댄다. 깃발 날리는 듯 보이면 깃대봉.
투구 모양으로 보이면 투구봉, 커다란 삼각형으로 보이면 삼각봉. 보이는 방향에 따라 그리 부른다고 한다.
뒤돌아보니 보이는 사두봉. 처음으로 오를 봉우리를 저곳으로 할까 했는데
그러지 않기를 천만다행. 벌써부터 발바닥이 지면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중이니..
지장봉은 그 위압적인 바위절벽을 오를 수 없어 오른쪽으로 우회를 하면서
슬금슬금 오름질을 했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걸음을 빨리 하면 심장이 곧 멈출 듯 빨리 뛰기 때문이다. 그러니
편편한 돌이 나오기라도 하면 앉아서 호흡을 골라 주는 현명함이 있어야 했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난 후엔, 주어진 의자에 앉아서 얼려서 가지고 온
차거운 초콜릿우유로 열기를 식혀주는 쎈쓰 가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 완전 조망 명소네?
볓 번인가는 걸었었는데.. 저기가 내소사의 뒷산인 세봉과 관음봉.
아마도 그 아래 오른쪽으로 가면 직소폭포가 나올 테고...
그 직소폭포를 거쳐서 쌍선봉으로 오르다 보면, 옛날 대학시절 쌀 한 공기와
밥 한 공기를 바꿔서 허기를 달랬던 추억의 월명암이 있겠지? 또는
어느 추웠던 산행길에선 따끈한 연잎차를 공양해서 몸을 뎁혀주었던 그 추억의 월명암.
한 참을 옛 생각으로 이어가다가 배낭을 다시 들춰 매고는
남은 계단을 올라 쇠뿔바위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서쇠뿔바위봉 전망대 쪽으로 가는데 햇볕이 얼마나 뜨거운지
고래등바위 아랫쪽에 있는 동쇠뿔바위봉은 건성으로 보고 얼른 뒤돌아 와서
나무 그늘에 또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고래등바위로 내려가
동쇠뿔바위봉에 올랐다. 그리고 아무리 날이 덥다지만
그 기쁨의 세레머니를 빠뜨릴 수야 없지! ㅍㅎㅎㅎ
사실, 서쇠뿔바위봉에서 여기 동쇠뿔바위봉으로 오는 것도 깊게 패인 협곡이라서 만만치 않다.
요 앞 안부로 올라와 전망대에 갔다가 이곳으로 들리고 다시 고래등바위를 타고 올라
쇠뿔바위 최고봉으로 올라야 하는 길인데 나름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동쇠뿔바위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진 후, 조금 전에 그린 길을 따라
쇠뿔바위 최고봉으로 올라간다.
최고봉엔 묵묘 한 기가 있었고 그 뒤로 어수대 가는 길이 아닌 또 다른 길로 들어선다.
왜냐하면 그 길이 의상봉으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 가파른 내림길이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관계로
산죽이 길 위를 덮고 있어 손등에 자잘한 상처를 남겼다. 그렇게 25분 정도 내려섰더니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는 듯 하여 시간을 보니 12시 34분. 옳지! 점심시간이네?
옥수수빵 하나와 집에서 얼려온 커피 한 잔으로 느긋하게 점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힘으로 다시 오름질을 한 40분 정도를 하고 의상봉이 코 앞에 보일 때 쯤
나타난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걸어
먼저 다녀가신 블로거님들의 사진으로 눈에 익은 건계곡과 만났다. 그런데 이 계곡
물은 없지만 무척 시원?했다. 오호! 그렇다면 여기서도 피서를 해야지.
한참을 피서를 한 탓인지 의상사터(현재 김씨묘)엔 금방 도착을 했고 오늘 오면서 스스로 가졌던
세 가지 미션. 그 중 하나, 바위에 음각이 된 不日阡이란 글자를 찾아봤다.
그런데 찾질 못했다.ㅜㅜ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겨? 중얼중얼 흥칫뿡!
그렇게 불만 늘어놓다 보니 의상사터에서 원효굴까지 왕복하라는 어느 블로거님의 말씀도
잊고 걍 직진본능! 덕분에 두 번째 미션도 fail.
그런데 산죽으로 빽빽했던 길이 갑자기 벼랑가로 들어서더니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와~~ 감탄 연발하면서 절벽길과 숲길을 들락날락 하다보니 어?
눈에 익은 갈림길?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군부대에서 보내는 경고음이 스피커에서 나오고...
왼쪽 길로 들어서니 청림마을 조망은 멋진데... 찾고 있는 부사의 방은 어디에 있다는 겨?
근처 절벽을 샅샅이 뒤져 보아도 그 포인트 소나무가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면 그 갈림길로 뒤돌아가서
아직 가보지 않은 직진길로 들어섰는데.. 왠걸? 상당히 가파르게 내려가네...?
혹시 이 근처인가 둘러보아도 보이질 않으니 좀 더 내려가서
이 번엔 왼쪽 절벽을 더듬어 본다. 혹시 저기 저 바위인가? 비슷한 것도 같고...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올라가기엔 너무 내려온 것 같고...
*집에 와서 자료를 검색해 보니 아래 그림 흰 원 부근에 있다고 한다. *
결국엔 부사의 방을 보는 세 번째 미션 마저도 실패!! 이로써 세가지 미션은 모두 실패했군.
에잇 몰라~~ 다 더위 때문이야~ 이 황홀한 풍경이면 됐지 뭘 더 바래?
다행히 이 길의 랜드마크인 균형바위는 눈으로 확 들어와서
그곳으로 쉽게 찾아내려가 미션실패에 대한 분풀이를
균형바위에 올라가 확 무너뜨리는 것으로...? ㅋㅋㅋ
균형바위에서 햇볕이 차단되는 숲길을 걸어 도착한
투구봉 윗쪽. 하지만 선듯 햇볕 속으로 들어서기가 저어되어
약간의 바람이 이는 그늘에 앉아 또 다시 한가로움을 즐긴다.
돗자리 펴고 한 숨 잤으면 좋겠는데...
투구봉 이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정보가 있어 다시 일어나 그곳으로
가서 주위를 살펴본다. 후~~ 이곳은 거의 미끄럼틀 수준!
몇 번 미끄러지며 미끄럼 타며 어느 정도 내려오고 보이는
길의 흔적이 왜이리 반가운지. ㅋ
내림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 온 몸이 땀 투성이. 계곡에 물이라도 있으면 좋겠구만...
암튼, 다 내려선 다음엔 왼쪽으로 삼각봉(여기에선 그렇게 보인다고 함)을 끼고 계곡을 따라 갔다.
그리고 만난 큰 계곡. 제법 많은 물이 있어서 재빠르게 신을 벗고
물속에 발을 담갔다. 그런데, 여기 이 송사리들이 닥터피쉬인 양 내 발에
뭔가 묻어있는 지 열심히 먹어댄다. 으휴~~ 잼난 구경에 확 풀리는 피로.
한 참을 그렇게 쉬었다가 다시 짐을 꾸리고 냇가를 걷거나 건너서 약간의 오름질을 하고 나니 곧
아침에 지났던 새재였다. 생각 밖으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나서 곧장
새재를 내려와
청림마을로 들어섰다.
그리고 오후 4시 5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아침과는 또 다른 쇠뿔바위봉과 작별을 했다.
아주 무더운 오늘의 날씨. 비록 산행 내내 헐떡거리며 다녔지만 적당한 곳마다 가졌던
시원하고 한가로운 휴식이 마냥 좋았던 오늘의 산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걱정과 달리 고속도로를 시원히 달릴 수 있어서 기분이 더욱 좋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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