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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청계산 석기봉 _ 난 ISFJ형 인데? 본문
2022년 2월 2일(수). 청계산에 다녀왔다.
능안골에 차를 두고
머금이산 - 국사봉 - 이수봉 - 석기봉으로 올라 원점회귀를 했다.
설연휴 마지막날. 대림동에 있는 처갓집에서 집으로 오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런 날은 산길을 걸어야 제격. 그래서 집에 들려서 부지런히
산행준비를 하고 이곳 능안골에 차를 둔 시간이 12시 20분. 부지런히 청계산 한바퀴 돌 예정이다.
예전처럼 금토동의 영남길을 거쳐 이수봉으로 오르려 했는데... 엇? 길은
사유지란 안내판과 함께 설치된 녹색철망으로 막혀 있었다. 등산로를 이렇게 막았다고?
그래도 길이 있겠지 하는 가대감으로 위 사진에 있는 빨강지붕집 왼쪽으로 된 도로(아래사진)를
따라 올라갔지만... 그놈의 녹색철망이 이수봉으로 오르는 길을 빈틈없이 막고 있었다.
지난 여름에도 그 영남길 만큼은 열어두어
아래의 기록처럼 청계산을 한바퀴 돌아보고 올 수 있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지니 짜증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국사봉에나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산길에 접어들었다.
오라? 기대하지도 않았던 눈이 아직도 많이 있는데?
ㅋㅋ 그나마 그 사실에 불퉁거진 내 마음을 스스로 달랠 수 있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는 지, 도처엔 순백의 도화지.
슬며시 든 장난끼에 맞춰 그 중 한곳에 남긴 MY HIP PRINT. ^^;
이 길로 오르는 것은 참으로 오랫만이다. 이 곳으로 산행을 할 땐 내림길 풍경이 멋진
이 길을 습관적으로 내림길로 택하곤 했었는데... 제법 오르막이 숨을 거칠게 한다.
머금이산. 아무리 이유를 둘러대도 존재감이 없는 산. 어째서
선인들은 이런 야트막한 봉우리를 산이라 지칭 했을까?
암튼, 오르막은 계속 이어지다가 판교도서관에서 시작되는 능선길과 만나면서 고개를 숙인다.
금토동에서 오르는 사람들 보다는 판교도서관 쪽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선지
흰눈 사이로 난 산길이 더욱 뚜렷하게 보이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등로 안내표지판엔 능안골이 쓰여있었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 가는 길 오른쪽으론 나뭇가지 너머 이수봉 능선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시간도 얼마 안되는 거리인데... 이수봉까지 다녀올까?
계획 없는 산행은 근래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서 낯 선 감정이 든다.
이수봉을 갈까 말까... 갈팡질팡하는 사이 국사봉에 올라 섰다.
이왕 올라섰으니 건너편 관악산과 눈맞춤하고...
청계산을 바라보니 뭐야~~ 코 앞에 있는 걸? 지금이~~ 오후 2시.
이수봉 까지는 30분 거리, 이수봉까지만 다녀 와?
핫핫... 어느 새 발길이 이수봉으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산행준비를 급하게 하다 보니 아이젠도 준비를 못했는데
내림길에서 미끄러질까 스틱과 몸의 밸런스를 맞추며 조심히 내려간다. 휴~~
일을 행함에 있어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그를 따라 일을 마치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성격.
즉, ISFJ형인데... 오히려 이렇게 즉흥적인 결정으로 몸을 움직이는 나 자신이 놀랍다.
이수봉. 코로나시국 이전엔 옛골에서 자주 올랐었는데, 옛골은
요즘도 늘 사람들이 붐벼서 거의 들르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뒤돌아 가야 하지만 왼편으로 보이는 백운산과 모락산을 쫒다 보니
큰 바윗덩이가 불쑥 솟구친 석기봉이 아주 가까이로 보인다. 에잇!! 몰라
망경대까지 다녀오지 뭐. 하지만, 가까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헬기장까지 잠시 내려섰다가
옛 헬기장터(지금은 뭔 관측시설이 있는 장소)까지는 깔딱고개로 10여 분
숨이 턱 밑에 닿아야 오를 수 있는 곳이다. 관측소에서 거친 숨을 달래고는 막바로
석기봉에 오르니 오후 3시.
과천시가지와 관악산을 조망하고
옛골에서 이수봉으로 이어진 능선, 그리고 그 너머의 산군들
고개를 살짝 돌려 국사봉과 이수봉. 그리고 여기까지 걸어온 능선을 바라본다.
오호~~ 이 맛이 산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 고개를 좀 더 오른쪽으로 돌리면
광교산, 백운산, 모락산 그리고 수리산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던 방향으로 조금 앞쪽에 있는 망경대가 아주 멋지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즉흥적인 생각을 따르고 싶다. 즉,
갑자기 코 앞에 망경대를 두고 왜 갑자기 뒤돌아 가고픈 생각이 들었을까?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들렸을 망경대를 뒤로 하고
관측소로 내려와 이수봉 가는 능선길과 그 너머 국사봉을 지긋히 보고는
아까 올랐던 깔딱고개를 바람처럼 내려갔다가 과천매봉과 이수봉을 잇는 능선길로 올라섰다.
청계사에서 이수봉으론 길을 걸었지만,
과천에서 매봉을 거쳐 청계산을 오르는 길은 아직은 숙제.
낮이 긴 어느 날에 관악산을 거쳐 청계산을 걸을 때, 그 숙제도 마쳐지겠지.
다시 지나는 이수봉. 정상석과 먼발치에서 눈맞춤하고
날이 좋아 가까이에 보이지만, 족히 30분은 걸어야 닿을 수 있는 국사봉을 힐긋 보고
왔던 곳을 걷거나 조금 다른 길을 걸어 능안골로 이르는 능선도 살펴보면서
국사봉 턱 밑에 섰다. 이곳부터 꽤 가파른 오름길. 두 구간이 있는데
한 구간을 거치고 두 번째 구간을 조금 올라서고는 그 왼쪽 사면으로
슬며시 접어들었다. 국사봉 정상석과는 아까 마주했으니 그냥 지나쳐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주 등로와 만나서
비록 오를 때와는 다른 풍광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본 것이 많아서
내림길에 걷는 속도를 높여 간다. 성 불뢰외 신부님 성지도 지나치고
판교도서관 갈림길을 지나고 부터 시작되는 내림길. 머금이산을 지나
거침없이 내려간다. 그런데 아무 특징이 없는 아래의 그림은 왜 여기에 두엇을까?
같은 사물도 빛에 따라 다른 대상이 된다는 개념으로 그림을 그린 인상파들의 개념을 빌려
무려 1미터나 미끄러져 내동댕이쳐진 나의 흔적을 기념해 두기 위해서이다.
ㅋㅋㅋ 아이젠 없이 미끄러운 곳을 잘 헤치고 끝내나 보다 하는 방심이 부른 참상.
경미한 오른쪽 팔꿈치의 타박상으로 '마무리도 처음처럼'이란 큰 교훈을 얻었다.
4시 56분. 길 옆쪽으로 점심 무렵과는 달리 홀로 있는 내 오래 된 차가 보인다.
여러 사람들과 산행을 할 때나 여행을 할 때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을 해서
성취감을 얻었기 때문에, 무계획을 싫어했고 돌발행동을 비난했었는데... 세월이 가면서
방어력 또한 만랩으로 가는 나이로 만든 갑옷이 성격마저 융합시키나 보다.
ISFJ형인 내가 즉흥적으로 이리저리 움직였음에도
기쁨 충만하고 성취감 또한 그득 담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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