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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남해 호구산 _ 이렇게 멋진 산이었다니... 본문
2023년 3월 25일(토). 남해군에 위치한
괴음산, 송등산 그리고 호구산을 다녀왔다.
평현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떡고개 - 괴음산 - 송등산 - 호구산(납산) - 돗틀바위 - 앵강고개에서 마쳤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흐린 날씨가 이어지다가 간간히
해가 나는 날씨였고, 산악회 MT의 도움을 받았다.
우~~ 거의 땅 끝 마을인 평현마을. 죽전 버스정류장에서 장장
버스를 5시간 가까이 타고나서야 도착을 했다.
벌써 12시 15분. 부지런히 산행준비를 하고
큰 도로를 건너 봉성마을 표지석 맞은편에 있는
얕으막한 산자락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풀내음 나무내음... 어쩌면 내 유년의 그 작은 동산을 넘어
떡고개에 도착을 했다. 아직까지는 초봄의 아련한
유년의 뜰이라서 상큼한 미소 한자락 입가에 달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산으로 들어서곤, 그 미소 대신에
자리매김한 것은 거친 숨결의 부산물인 게거품. 왜냐하면
부드러운 흙산이라 걷기엔 좋았으나...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 때문이었다. 그래도 편백숲을 지날 때는 그간 폐 속에
쌓여있던 오염된 것들이 급격히 배출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산등성이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가파른 오름이 임도 끝 지점을 지나도 여전해서
때마침 나타난 암반 전망터가 얼마나 반갑던지...
물 한모금으로 입 가의 게거품을 지우고 다시
시작되는 보통 보다는 조금 더 경사가 있는 산길로 들어서는데...
산 아랫쪽엔 이미 다 떨어진 진달래꽃들이 이곳에선 만발한 모습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을 따라 헤살거리며 지쳐가는 몸에 힘을 준다.
됐어!! 이 정도면 오름으로 충분하니 이제는 조금은
완만한 오름을 절실히 원할 때, 나타나는 암봉!
비록,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사용해서 올라야 하는 곳. 약간은
스릴도 있는 곳이지만, 오히려 숨을 고를 수 있고 주변을 시원히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오름은 아직 끝 나지 않았지만,
이 암벽을 오르고 나서부터 완만해져서
1시 50분. 그러니까 산행 1시간 30여 분 만에 괴음산 정상에
도착을 했다. 해발이 겨우 605 m인데 호들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작한 곳이 바닷가란 점을 생각하니, 해발 고도가 비슷한
청계산(만경대:618m)을 오르는 것 보다 힘이 드는 것이 이해가 된다.
워낙 가파르게 올라오고 보니 남은 산행에 대한 시름이 놓인다.
게다가 송등산으로 향하는 산윗길은 안온하기만 하고...
그래서인지 멀리 보이는 송등산으로 향하는 길이
성근 바위로 된 너덜을 이루고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지 않고 남아 있는 꽃들에게
눈맞춤하고 교감을 하는 여유를 보이면서 걷고 있다.
괴음산 영역을 벗어나, 송등산 영역으로 들어선 능선길. 남해 하면 금산이고
그 위명에 가리워져 이곳을 지난 산우님들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띠지를 보니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가신 듯 하다. 지금까지 걸은 길만 해도 여느
100대 명산 못지 않은데, 역시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제든 밖으로 나오는 법이구나! 조망이 트이는 안부에 왔다.
오호! 저기 보이는 저 산! 예사롭지 않은 모습인데? 분명 저 곳이 호구산일 듯!
잠시 뒤돌아 보니 괴음산 정상부터 이곳까지 걸은
능선이 보여 괜히 뿌듯함을 가슴에 덧대고
공룡 등뼈 같은 칼바위 암릉길 위에 올라서서
뭔 가를 이룰 때의 마지막 난관을 돌파하 듯이 내려섰다가 올라섰다.
ㅋㅋㅋ 생각대로 그 칼바위길이 송등산 마지막 관문이었나 보다.
2시 41분. 자그마한 송등산 정상석과 마주한 시간이다.
괴음산과는 보통 걸음으로 50분이면 적당할 듯 싶다.
이젠 배가 몹시 고프다. 사실, 아침 6시에 누룽지를 끓여 한 공기를 먹은 것이
전부여서 괴음산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어제 저녁 편의점에서 사 가져온 빵 하나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이제 오늘의 최종 목표지인 호구산으로 향하는 길. 송등산을 조금
내려서면 보이는 저 산. 신기하게도 저 산이 호구산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어느 쪽에서 본 모습이 그런 지, 호랑이의 모습이 보여 호구산이라 한다는데
송등산에서 호구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유년의 뒷동산 마냥 정감이 난다.
아마 이 길을 먼저 걸으신 산우님도 이 길에서 만큼은
굴렁쇠 굴리던 그 어린이였을 듯!
암튼, 오른쪽으로 앵강만을 보면서 몇 번의 염불사 갈림길을 지나쳐
호구산에 가까이 간다.
어디서 보면 그 모양이 원숭이와 같다고 해서 납(猿)산이라고도 불리웠다는데
그래선지 여기에 있는 이 바위 모양이 원숭이로 보이는구만? ㅋㅋㅋ
정상을 100m 정도 남겨 둔, 마지막 염불암 갈림길. 굳이
이 이정표를 지목한 것은, 지금부터
정상까지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사용하여 올라야 하는 시작점이기 때문.
손 안에 담기엔 비교적 굵은 통나무 난간을 부여잡고는 적어도 한 번은
쉼을 주어야만 도달하는 마지막 바위암벽 밑! 그곳에서
탄력을 얻어 단숨에 오르고 나서야 호구산 정상에 다달을 수 있었다.
어? 그런데... 이거 봉화댄가? 아니면 제단?
암튼,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날씨만 좋았다면, 남해의 멋진 바다와 다정마을의 안온한 풍경을
볼 수 있으련만... 하긴, 비가 오지 않는 것만 해도 복이지. ^^
오호! 정상석은 저기에 따로 있구만?
3시 40분. 정상석 옆에 다소곳이 섰다. 납산이라... 아마도
이 지방에선 원숭이(猿)를 납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이 산자락 모두가 호구산군립공원이라 하던대, 이곳에 서니 왜 그이름인지를 알 수 있었다.
괴음산에서 송등산을 거쳐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이 가슴 벅차게 보여진다. 하지만
앵강고개에 도착해야 할 시간은 5시 30분. 4.3km를 1시간 40분 만에
가야 해서 급히 봉우리를 내려서서 석평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다행히, 부드러운 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앵강고개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나와서
빠른 걸음을 주저함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밋밋하기만 하면
멋진 산의 자격이 없기라도 하는 듯 갑자기 나타난 암봉. 그 근육질 몸매하며,
주변의 확 트인 조망하며 아무리 바빠도 걸음을 멈추게 하는 암봉!
순한 산행에 칼칼함을 더하는 곳. 그런데, 호구산 정상에서도 든 생각이지만
왠지, 주변에 길게 놓여진 석축들을 보니 혹시, 옛 산성이 아니었을까?
암튼, 암봉을 내려서니 이곳을 다녀간 산우님들 남긴 돗틀바위 사진과 그 모양이 같다.
아마도 여기가 돗자리를 짜는 돗틀을 닮은 돗틀바위봉인 듯 싶다.
발 아래는 야트막한 산자락과 이름도 특이한 앵강만이 보이는데...
지금에서야 인지하는 것이지만 저 산자락이 앵강고개로 가는 능선이지 싶다.
돗틀바위봉부터는 고도를 급격히 낮춰주는 내림길.
암반길로 내려서고 편백숲도 통과해서 한참을 내려서고 본
고갯마루! 얏호~~ 앵강고갠가 보다 즐거워 했는데...
그곳에 설치된 지도를 보니 어구야~~~
앵강고개는 아직도 산길 2 km 너머에 있는 걸?
조금은 지쳐있지만, 어쩌겠어 앵강고개가 목표인데...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를 뒤로 하고 빠른 걸음을 하는데.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왜 오름질이냐구?
허벅지가 꾸덕하게 부풀어 올라 뻐근한 통증이 몰려오지만
혹여 제 시간(5:30)에 도착할 수 없을까봐. 부지런히 걷기만 했다. 다행히
261봉 이후로는 꾸준한 내림길.
느낌적으로 목표가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또 다시 주위가 열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주변을 음미 한다.
아고~~ 맑은 날씨의 이 풍경은 얼마나 멋질까?
아무튼 오랜 산행경력이 주는 예감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한차례 급한 내림길 끝에 보이는 앵강고개.
5시 7분에 앵강고개에 도착을 하여 언젠간 멋진 산으로
이름을 크게 떨칠 호구산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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