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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남한산 _ 마천역에서 남한산성공원으로. 본문
2023년 5월 3일(수).
남한산을 올라가 남한산성을 돌아보고 왔다.
개인적인 일로 오금역에 간 김에 일을 마치고 마천역으로 가서
남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 - 수어장대 - 서문 - 연주봉 - 남한산 - 벌봉 - 동문 - 남장대(터) - 남한산성공원으로 걸었다.
5월 5일부터 주말까지 많은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지만, 오늘의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오금역에 있는 수리점에서 카메라를 찾은 다음, 마천역으로 온 시간은 9시 40분 경. 1번 출구로 나와 산길 들머리로 가면서 연신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오우~~ 여기도 위례지구였구나!! 상전벽해란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덕분에 여러번 다녔던 길임에도 가는 길이 무척 낯이 설다. 이왕 낯이 선 김에 훤한 주 도로를 벗어나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는 작은 길이 보여 그 길로 들어섰다.
엇? 길이 제법 뚜렷하다. 게다가 갈림길도 많고... 아마도 신도시에 이미 입주한 분들이 즐겨 찾는 듯.
많은 분들이 찾는 주 등산로와는 달리 숲이 무성하고 한적해서 좋다. 오른쪽으로 낮은 봉우리가 보여 계속 그 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걸으니, 뜻 밖으로 계곡도 나온다. 계곡을 건너고부터는...
제법 가파른 사면길. 한 7분 정도 꾹꾹 밟아 올라서 능선길에 올라서고 왼쪽으로
능선길을 따라 좀 전에 본 작은 봉우리 위로 다시 올라간다.
제법 너른 봉우리 위. 그런데... 주변에 있는 나무들 중 많은 것들의 밑둥이 시커멓다. 음~~ 아무래도 예전에 산불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다행한 것은 이렇게 수목이 회복 되었다는 것. 암튼, 자나 깨나 불조심.
봉우리를 내려서서 마주한 익숙한 용어. 아하! 오래 전에 6암문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유일천약수터로 갔었는데... 이곳이 유일천약수터 갈림길이었다. 그런데
윽윽 이렇게 가팔랐었나...? 한 걸음 한 걸음~ 휴~~ 좀 쉬어야 하겠는데? 한 17분 정도 그렇게 올라서 본
산 속 벤치!! 잠시 앉아 있으니... 꿀맛이란 표현을 여기에 붙여도 되나...? ㅋㅋㅋ
쉼을 마치고 다시 시작되는 오름길. 또 애를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와는 달리
곧 남한산성 성곽이 보여,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남문 쪽으로 걸어가서
6암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가
수어장대로 향해서
11시 40분. 수어장대에 도착을 했다. 남한산(서)의 이름이 붙은 청량산의 정상. 영욕으로 덧칠이 된 누각. 볼 때마다 씁쓸하고 가슴이 아려오는 이유는... ? 괜히 피하듯
뒤돌아 섰다. 가다보니 서문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왕 이리 된 것, 북문으로 해서 봉암성에 들렸다가 동문으로 갈 결심이다.
11시 34분. 서문에 도착을 했다. 산행 두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 그늘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몸속 에너지를 만땅 충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문을 앞에 둔
일단의 사람들. 한 선생님께서 그의 학생들을 데리고 역사를 강의 중이시다. 병자호란과 환향녀. 그 때의 나라 사정과 현재의 사정이 이렇게 비슷한데... 지도자의 안이한 생각이 환향녀를 낳을 수 있음에 그렇게 가슴이 아릿했나 보다.
쉼을 마치고 서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성곽을 조금 따라가다 만난 전망대에서
날씨를 점검 했다.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이 보이고, 잠실의 L타워도 깔끔히 보이니 나쁘지 않은 날씨.
계속 성 밖길을 따라가서
연주봉으로 갔다. 어쩌면 남한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
직장 시절엔 기회가 닿을 때마다 걸어왔던 금암산 능선이 시원히 보이고
멀리 예봉산과 그 앞 쪽의 검단산까지 시원히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연주봉 옹성 위이다.
두루 살펴보고 뒤돌아 보면, 동장대(터)와 남한산(동) 선명히 다가와서 빨리 가고픈 생각에
조급하게 5암문으로 뒤돌아 왔다. 대부분은
이곳으로 북문 쪽으로 성 밖의 길을 걸었었는데, 공사 중인 북문으로 인해 길이 종종 막혔던 관계로
제5암문을 통해 다시 성 안으로 들어와 성 안쪽 길을 걷는다.
비록, 시멘트로 포장이 된 길이라서 걷는 맛이 좀 덜하지만 곳곳에 큰 나무들이 무성해서 많은 사람들이 쉼을 갖고 있다.
북문에 도착을 했다. 벌써 몇 년 째 공사 중인 북문. 그래도 옛 위용을 뒤찾길 바라는 마음이다.
북문에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성곽으로 올라가 다시 길을 걷는다. 성 밖의 길이 보여 바라보니 예전엔 무성한 잡목과 풀들이 길막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밖의 길로 나갈 걸... 괜히 성곽만 따라가는 것도 싫증이 나서
숲길로 방향을 틀었다. 와우~~ 와우!! 이 싱그러움.
동장대(터) 아래에 있는 제3암문에 도착을 했다. 봉암성과 한봉성으로 통하는 제3암문.
그 곳으로 나와서 남한산(동)으로 향한다.
저기 오른쪽 큰 나무가 있는 곳이 원래 정상인데...
성곽 보수공사로 인하여 정상석은 그 아랫쪽 평평한 곳에다 임시 거처를 정하고 있었다.
오후 1시 2분. 정상 부근이 못내 아쉬워 공사 중인 펜스 안 쪽을 흘깃 보고서
성곽을 따라 갔다. 오랫만에 봉암성을 찾아볼 예정이다.
봉암성(벌봉)은 남한산 정상과는 불과 200여 미터 떨어져 있으려나...?
가려고 들면, 어렵지 않을 일인데, 이곳 벌봉 정상은 이제서야 세 번째 올라왔다.
ㅋㅋ 그래선지 왠지 뿌듯함이 차올라
동장대(터)로 돌아가는 길이 가볍다.
다시 돌아온 제3암문. 예전엔 저 밖의 길을 따라가는 것도 좋았었는데, 오늘은 안으로 들어가서
동장대(터)에 올라섰다. 시원한 바람
동쪽으로 펼쳐진 너른 산너울! 요 아레 영욕의 한봉성을 묵직한 마음으로 바라본 후
동문을 향해서 산을 내려간다. 그런데... 봄인데 햇볕이 너무 강했다.
날씨를 확인하니 헉! 현재 온도 섭씨 25도. 재빨리 나무그늘 품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1시 57분. 제1암문이 있는 장경사 입구에 도착을 했다. 갑자기 드는 생각.
남한산성 암문 안팍을 살펴보는 일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단 생각이 그것이다.
장경사에서 살짝 올라가서 뒤돌아봤다. 애써 방어한 성곽을 무용지물로 만든 청군의 포대. 그 포가 놓여 있던 곳이 저 한봉성이니 가다 절로 뒤돌아 보게 된다. 애써 머리를 다시 돌려
앞을 바라보니, 멀리 수어장대가 보이고 왼쪽으로 남장대(터)가 있는 봉우리가 보였다. 동문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저곳 남장대로 오를 생각을 하니 약간은 주눅이 온다.
2시 14분. 동문으로 내려왔다. 현재 3시간 30분 넘게 걷는 중.
갓길에 자동차 몇 대를 주차할 수 있는 큰 길을 건너서
다시 남장대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디뎠으나
그동안 걸은 누적된 걸음수가 무게를 더하고 있어 꽤 힘겹다. 하지만, 늘 갖고 있는 생각.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수 있다면 못 갈데 없다'을 하다보니 벌써 가파른 오름이 끝나는 제3옹성이 있는 지점이다.
숨 한 번 돌리고자 온 길을 뒤돌아 보니 동장대와 한봉을 잇는 녹음이 피로를 가셔냈다.
오름은 끝났지만... 남장대(터)는 완만한 길을 잠시 더 걸어야 하고.
마침내 2시 47분. 남장대에 도착을 했다.
제2남옹성이 위치하기도 하는 남장대. 조망도 좋아서 이곳에선 검단산 라인을 시원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1옹성도 보이고 그 뒤로 광교산, 청계산 그리고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뷰 맛집.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다시 길을 걷고
제7암문으로 다시 성 밖으로 나가
제1남옹성을 만나 잠시 내려갔다가 올까 하는 마음을 과감히 무시하고
성곽을 계속 따라가서 성남시계등산로와 합류를 했다.
그리고... 가던 길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와 만난 정자에 앉았다. 그리고 어디로 향할지 잠시 고민 중. 검단산을 들렸다 갈까? 아님 막바로 내려가...? 결론은... 산성유원지로 직행하는 걸로.
그런데 이 내림길. 지금 시점에선 완전 환상적인 길인 것 같다.
키 큰 나무들이 풍성하게 가지고 있는 생동감 있는 연녹색 잎들이 피톤치드를 흩뿌리고 있고, 그것들을 가지고 적당한 바람이 수시로 몸을 마사지 하고 있어서
가던 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ㅋㅋ 급한 게 뭐 있다고... 아예 돌맹이에 앉아 바람결에 일렁이는 연녹색 잎들의 연주를 한참 동안이나 감상을 하고 난 이후에야 다시 길을 나섰다.
영도사를 지나고 아직도 남아 있는 힐링 내림길을 걸어 마침내.
남한산성 유원지에 도착을 했다. 아마도 3시 50분? 큰 틀을 정하긴 했지만 J형인 내게 있어 작은 가지만큼은 그때 그때 즉흥적인 길을 걸은 걸었다는 것은... 조금은 발전했다는 증거는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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