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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북한산 문수봉(feat.비밀의 정원) _ 의상능선에서 형제봉능선으로. 본문
2023년 5월 10일(수). 북한산 비밀의 정원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전철을 타고 구파발역에서 하차. 2번출구로 나와 704번 버스로 환승을 했다.
입곡삼거리에서 하차하면 될 것을 삼천리골입구에서 내리는 바람에 한참을 더 걸어 입곡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입곡삼거리에서
백화사 - 평산봉 - 비밀의정원 - 용혈봉 - 나월봉 - 문수봉 - 대성문 - 형제봉 - 북악매표소까지 걷고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서 산행을 마쳤다.
아마도 입곡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8시 정도? 백화사 입구까지 부지런히 걸어
백화사를 향한다. 포장된 길이지만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한적함이 있는 길.
백화사에 도착을 했다. 입곡삼거리부터 대략 20분 거리에 있는 곳. 그 왼쪽으로
내시묘역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나 역시 산행을 시작한다. 당분간 의상봉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다가
가사당암문으로 향하는 곳으로 길을 바꾸어 걷는데...
오른쪽으로 꽤 흉악한 철조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약간은 답답한 느낌이 들었지만 다행히 얼마 걷지 않아
물소리가 들리더니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보이고, 누군가의 친절인지 철망에 큰 구멍이 있어 계곡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물에 손 한 번 담궜다가 빠르게 계곡을 건너
산자락 위로 들어선다. 사실 이곳이 평산봉 들머리이자 비밀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의 초입이기 때문. 조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완만한 능선을 걷고 하길 30분 정도에 서너 번 했을까?
하늘이 트이더니 거대한 슬랩이 나타났다. 발 끝에 힘을 주고 조심 조심 오르는데, 그게 또
많은 힘을 요하는 일이라서, 마침 조망도 트이는 곳이니 백화사로 들어서는 길 쪽을 보면서 잠시 쉼을 갖는다.
9시 13분. 작은 용출봉을 앞세운 용출봉이 훤히 보이는 평산봉에 올라선다. 이제부턴
조망산행이 시작되는건가? 가는 길 오른쪽으로 응봉능선과 비봉능선이 장쾌하게 보이고
왼쪽으론 의상봉이 가까이 있어 그의 근육질까지 자세히 보인다. 사실, 여기 평산봉엔
이곳의 랜드마크인 테라스 바위가 있는데...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이름이 주는 의미를 담기엔 역부족. 대신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내려가려는데... 오우~~ 이런 고소감이라니. 우선 등산화의 미끄럼 정도를 체크하고
앉은 자세로 주춤 주춤 내려서는데... 생각 밖으로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서 중간부터는 성큼 성큼 내려올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어했던 비밀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 이미 다녀가신 산우님들의 글과 그림을 머릿속에 저장을 했는데... 옳거니!!
이 바위가 저장된 것들 중 하나인 삿대질바위가 맞구나! ^^. 뒤돌아 보니 평산봉의 테라스 바위의 위용도 느껴지고
가야할 곳을 보니... 기억된 그림을 참조하면 아마도 ○ 부분이 테트리스 바위이겠고 □ 부분이 비밀의 정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비밀의 정원을 가는 길은 바위 밑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져 있을 것 같고...
조금 더 걷다가 만난 세 갈래길. 저장된 기억에 따르자면 이곳에서 왼쪽 길로 올라가
테트리스 바위를 보고 다시 내려와 가던 길을 가면 된다 했으니, 우선 테트리스 바위로 오긴 했는데 이 바위 역시 사진으로 담기엔 크기가 너무 크다. 대신에
평산봉이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앉아 지나온 길을 눈으로 그려본 다음
온 뒤돌아 내려가 좀 전에 가던 길을 이어 걷는다.
아주 커다란 암봉의 허리를 두르는 푸른 나무 숲에 난 길을 한 10여 분을 걷다가 만난
갈래길? 하나는 바위 암반으로 오른 희미한 흔적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아주 뚜렷한 길. 당연히
뚜렷한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자꾸만 뒷통수가 근질거려 와서 뒤돌아 봤다. 엇? 저 바위 머리 끝 부분에 금테가 있는 것 같은디? 저기가 비밀의 정원이라 했는데...? 황급히 좀 전에 지났던
갈래길로 뒤돌아 와, 바위 암벽에 달라붙어 배밀이 하듯 바위 위로 올라간다. 밑을 보니 어휴~~ 아찔 하구만.
암봉에 올라선 이후로도 한 번의 시행착오 끝에
10시 12분. 비밀의 정원으로 발을 디딘다. 아마도 오랜 옛적엔 암자였을 이곳.
비봉능선은 물론이고 삼천사와 삼천사 계곡이 훤히 보이는 이곳이라면 득도할 수 있겠구나 싶은 곳이다.
정원에서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와
이번엔 보다 뚜렷한 길 대신에 희미하지만 왼쪽 위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올라가
의상봉과 원효봉이 뚜렷히 보이는 능선 위에 올라선다. 그리고 좀 더 올라가
의상능선길과 만나 용출봉 정상목 앞에 섰다. 지금 시간 10시 48분이니 2시간 50분 가까이 걷는 중이다.
이제부터는 익숙한 의상능선 길. 덕분에 왼쪽 원효봉부터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그리고 만경대 앞 노적봉까지. 엇? 저 뒤에 있는 것은 상장능선인가? 암튼, 반가운 지인을 만난 기분이다.
이제부터는 용혈봉 지나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그리고 문수봉까지 정말 아름다운 능선 길의 시작이다.
우선 할미바위를 지나
용혈봉에 오른 후라면 반드시 뒤돌아 볼 것!! 왜냐하면
뒤돌아 보이는 용출봉과 의상봉의 모습이 당연 압권이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겨울, 가을이면 가을... 계절과 상관 없이 언제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감상의 여운을 갖고
증취봉으로 향했다.
너른 암반이 쉬기 좋은 증취봉이라서 이곳에 올 때마다 가끔씩 쉬다 가는 곳인데...
개 떼(4,5 마리 정도?)가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 유기견들이 무리를 이룬 모양인데... 상당히 위축이 된다. 물론,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중일지도 모르지만. ㅜㅜ 그래서
쉴 생각도 못하고 보다 가까워진 북한산 사령부를 흘깃 보고는 도망치듯 증취봉에서
내려오고 부왕동암문을 지나
나월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옛 젊은 시절에 갔던 길이 생각이 나, 그 길을 쫓아 오르다가
앞이 훤히 트인 곳에 앉아 시간이 11시 20분이지만 점심을 하기로 했다. 구파발역 편의점표인 샌드위치와 우유로
차분히 에너지를 충전시키면서 지나온 길 하나 하나를 짚어보는 재미가 작지 않다. 점심을 마치고
남은 나월봉 정상부근으로 올라가 바위를 넘고
예전 젊은 시절의 그 때처럼 바위 사면을 가로지르고
에스컬레이트바위에 몸을 싣고 정규등로에 조인을 했다.
나월봉 홍어코 바위 등은 지난 번에 본 것으로 족하여 미련없이 나한봉으로 오르는 중
약간은 가파름이 있지만 숨이 찰 때마다 뒤돌아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이 큰 어려움을 잊게 하는 구간이다.
나한봉에 올라선다. 나한봉 정상은 치성이 있는 곳이다. 옹성의 기능과 비슷하지만 그 보다는 규모가 작은 것이 치성인 듯 싶다.
이제 문수봉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건너편 문수봉을 바라보니... 평일 임에도 그곳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역시 북한산의 명성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 행렬의
끄트머리라도 잡을 양, 나한봉을 내려와 문수봉으로 재빠르게 오르려 하다보니 다시 숨이 턱 밑에 머물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문수봉 성량지(옛 초소) 터에 멈춰서서 강제로 보게 되는 풍경. 와우~~~ 이거슨!!! 저 밑의 평산봉에서 나한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의 용틀임?! 덕분에 눈 호강 제대로 하고
청수동암문을 지나 마침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문수봉?에 올라선다. 사실은 건너편 바위 봉우리가 정상이지만
오르고 내림이 아주 위험스러우니 여기가 정상이구나 해도 억지스러울 일은 아니다.
12시 15분. 작년에 오르면서 감탄을 했던 보현봉과 눈인사를 나누고
대남문을 거쳐
대성문으로 왔다. 오늘 처음으로 걷게 되는 형제봉 길. 그 길은 대성문을 통과 해서
형제봉매표소로 이어지는 것 같다. 연녹색 잎으로 덮혀 있어 피톤치드가 충만하다.
더군다나 내림길이라서 부담도 없다. 가끔씩 길 왼쪽으로 칼바위능선이 보이는데... 저기를 걸은지도... 언제 였지?
처음으로 걷는 길이니 만큼 헷갈릴 우려를 대비해, 형제봉공원지킴터를 고집하고 걷는다.
길 오른쪽 혹은 뒷쪽으로 트이는 조망으로 간간히 보현봉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거 이거
어째 계속해서 내림길이지? 약간 든 의심을 핑계로 쉬기 좋은 바위로 가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러고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은 할 수 있는데, 이리 혼자 앉아 쉬는 것을 못해 봤네...? 어라? 저기에 있는 봉우리가 형제봉인가?
궁금함을 핑계로 또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봉우리로 향했다. 보기보다는 가파르게 올라간 값어치인 듯
예상한 대로 이곳이 형제봉(형) 이었다. 그러면 제봉은 어디에 있는 겨? 궁금하지만 애써 누르고
아까 하지 못한 푸짐히 쉬기를 시전해 본다. 일렁이는 바람도 느끼고
보현봉에서 칼바위로 이어지는 능선도 감상하고... 그리고 배낭을 메고... 왙? 왙?
에휴~~~ 또 한참을 쉬지 못하고 길을 나서니.. ㅜㅜ. 많은 연습이 필요할 듯.
내려가면서 앞을 보니 철 난간이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아마도 저곳이 아우 봉인 모양이다. 어째든
조금은 주의가 필요한 암릉길을 내려오고 철 난간이 있는 오름길을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오른쪽 평창동 일원가 가까이 북악산, 인왕산, 안산. 그리고 왼쪽 멀리 남산까지... 멋진 도회 풍경이지만, 사진은 역광이라서 멋진 수묵화를 연출했다.
보현봉과 칼바위능선, 그리고 좀 전에 지나온 형봉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길 위에 발을 놓느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걸었을까?
서울둘레길이자 북한산둘레길인 길과 만나서 정릉탐방안내소 방향으로 가다가
마주한 임도에서는 오른쪽 북악매표소(국민대)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임도길을 한동안 걷고 있는데
왼쪽 계곡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우거지 관목 숲을 헤친 끝에 만난 맑은 물. ^^ 산행으로 쌓인 땀을 씻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씻어내고, 새로운 셔츠로 갈아입었다.
다행히 북악매표소까지는 겨우 300여 미터? 걷는데 새로운 땀은 나지 않아서 3시 10분 경, 산행을 마무리한 후, 산뜻한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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