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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관악산 수목원능선 _ 사색이 필요하다면... 본문
☆
2024년 3월 16일(토).
관악산 수목원능선으로 올라가 장군바위와 인사하고, 장군바위1능선으로 내려왔다.
한국화학융합 시험연구원(KTR) 앞 도로변에 차를 두고
KTR - 철봉 - 전망대(팔각정) - 관양골 - 수목원능선 - 국기대(8봉) - 장군바위1능선 - 문원폭포 - KTR로 원점회귀를 했다.
영상 10도가 넘어가는 따듯한 날이어선지 미세먼지가 약하게 있는 날이었다. 산 등성이에서 맞이하는 바람이 춥다기 보다 시원함으로 다가온 날로, 친구와 함께 했다.
오늘은 아직 가보지 못한 수목원능선을 가려고 아예 작정을 하고 나섰다. KTR에서 백운사 쪽으로 들어와 관악산 둘레길, 문원폭포 쪽이 아닌 간촌약수터 방향으로 들어섰다.
가끔 6봉능선의 3봉능선으로 연결되는 능선(3봉능선 혹은 6-3능선으로 부른다)을 오를 때 다니던 둘레길이지만
3봉능선 들머리(목교를 건너 오른쪽) 이후로는 처음으로 걸어보는 곳이다. 그래도 꽤 걷다가 만나는
정자 쉼터와 그 앞쪽에 세워진 이정표. 여기서 산자락(관상약수터갈림길방향)으로 들어섰다. 오르다 보니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오래전, KTR에서 야생화 꽃밭으로 들어서고 어찌어찌하다가 오른 길이 아마도 이 길 같다. 이 너른 암반이...
그때에도 지금처럼 보면서 감탄했을 6봉능선의 훤칠한 3봉의 모습이 그 기억에 확신을 더했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뒤돌아 본 과천 시내의 모습이 지금처럼 미세먼지로 흐릿해졌었다는 기억은 없다.
조금 더 오르니 멋지게 쌓아진 돌탑이 보였다. 등산지도를 보면 이 부근에 철봉이란 명칭이 쓰여있던데... 아마도 이 탑으로 그 이름에 방점을 둔 거지 싶다. 하지만
이후로도 아주 완만하게나마 오름길이 이어지다가 헬기장에서 멈추고 있으니 굳이 철봉을 표시하고자 한다면, 여기 헬기장 한 편에 해야 하지 않을까? 헬기장은
육봉과 인덕원으로 이어진 길 옆에 있고, 그 길은 육봉 쪽으로 댓 걸음 더 가서 관양능선과 합류가 되지만
관양능선에서 육봉 쪽이 아닌 안양 쪽으로 내려와 전망대(팔각정)에 도착하는 것이 오늘의 체크 포인트 중 하나이다.
전망대에서 안양시가지와 광교산 등을 바라보는 맛이 좋은 곳인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패쓰! 곧장 내려온 방향 오른쪽에 있는 관양계곡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름 긴 계단이라서 내려가는 도중, 며칠 전에 오른 운동장능선도 힐끗 한 번 바라보고
계곡에 도착해서 가로질러 건너자마자 곧바로 산자락으로 오른 지난 번의 운동장능선과는 달리 이번엔
왼쪽으로 계곡과 나란히 가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여기부터가 오늘 산행의 체크 포인트 중 가장 중요 부분으로 계곡을 따라가면서 수목원능선으로 들어가는 길찾기인데... 이런 화살표는 운동장능선으로 진입하는 것 같고, 위험지대 위를 가로질러 가기도 하다가
재법 실한 계곡과 맞닥뜨렸다. 아마도 운동장능선과 수목원능선을 가르는 계곡 같은데... 계곡을 건너
잠시 내려와 뒤돌아 보니 그 생각에 확신이 덧입혀졌다. 그렇다면...
수목원능선으로 들어서는 들머리가 이 부근에 있다는 이야기. 오른쪽 산자락을 세세히 살펴보면서 계곡 합수지점에서
한 30여 미터 내려왔을까? 쉬기 좋은 공터가 나와 배낭을 내리고 물 한모금 하고는 다시 주변을 보는데...
어라? 저기 노간주 나무 가지에 파란끈이 매어져 있네? 유레카!!! 나무 뒤로 아주 희미하지만
사람의 흔적이 묻어있는 암반이 보였다. ㅋㅋ 능선길 들머리란 확신을 가지고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들어섰다.
산을 다니다 보면 가끔은 길을 잃어 몰려드는 불안함에 마음을 졸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끈 하나가 희망이고 벅참이란 것을 남들은 알까?
나 자신도 보잘 것 없지만, 누군가의 작은 끈이라도 되고 싶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어서 길이 보이지 않는 곳은, 조금 거창하게 부풀려 말하자면...
산자락에도 나름의 결이 있어서 그 결을 따라 오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완연한 봄 속으로 들어서는 가 보다. 벌써 진달래는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오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강렬히 주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다가 회들짝 놀랐다. 나뭇가지 사이로 왠 외계인이 나를 보는 줄 ...
이제 능선에 올라섰다. 산길도 분명하고... 예전엔 군사지역이었을까? 인위적인 벙커도 보이고...
서울대 수목원부터 이어지는 지도에도 표시된 등로지만,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그래서 한적한 공원을 안온하게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보여지는 조망들이 그들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지만... 뒤돌아 보이는 모습은 미세먼지로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역광으로 사진은 더욱 좋지 않고...
그렇지만, 관악산 특유의 암석들과 암릉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것들을 올라가면서 보게되는 뒷쪽을 제외한 풍경은 정말 엄지척이다.
앞쪽으론, 왼편의 수목원능선과 오른편의 수영장능선이 만나는 봉우리가 보이는데, 마치 양 날개를 펼친 새의 모습이라서 공룡능선의 큰새봉을 보는 느낌을 주고
왼쪽으론 삼성산의 근육질 몸매가 보여서 예전에 어디로 어떻게 걸었었는지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다 ^^. 그러고 보니 요 앞자락은 걷지 못한 것 같은데?
다시 바위 위로 올라서고 평지를 걷기도 하면서 또는 뭔 생각을 하다가 그것 마져도 잊어가면서... 사색하기 딱 좋은 길인 것 같다. 그렇게 걷다가 마주한
커다란 바위벽을 가진 작은 봉우리. 직등 혹은 왼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오른쪽으로 작은 휴식처가 보여 그리로 갔지만,
나무 그늘이 없어 쉬지 못하고 뒤돌아 나와 내친 김에 오른쪽에 길을 내어
봉우리 위에 올라섰는데... 야호~~ 이곳 또한 조망 명소였다. 시원한 바람도 불고 해서 삼성산 다시 한 번 보고
8봉능선이 시원히 보이는 곳에 앉을 자리를 만들고
컵라면으로 점심을 했다. 식도락을 마친 후, 막대사탕으로 디져트를 하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운동장능선과 합류하는 봉우리가 가까이 보여 카메라로 클로즈 업 했더니... 어느 산우 한 분이 줄을 잡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곳이 오늘의 체크 포인트 중 한 곳. 그곳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 관양계곡에서 불성사로 이어지는 길을 가로지르고
어쩌면 이 능선의 수문장이지 싶은 엄청 큰 선바위를 지나 마침내
오늘의 하이라이트 구간인 운동장능선과 합류하는 바위 절벽 앞에 섰다. 총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 이 바위절벽.
그 첫 번째 구간은 비교적 완만해서 줄을 잡으면 수월히 오를 수 있는 구간이지만
두 번째 구간은 거의 직벽 수준이어서 줄을 잡고도 바위의 틈을 찾아 적절히 힘을 써야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작게나마 고소감을 느끼는 내게는 줄 없이 기어올라야 하는 마지막 세 번째 구간이 가장 스릴이 있었던 구간이었다.
고진감래라고... 난이도 높은 곳을 지나치고 나니 왠지 뿌듯해서 보이는 모든 것이 다 품어질 것만 같았다.
암튼, 이제부터는 아는 길. 며칠 전 운동장능선으로 올라와 3봉능선으로 하산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원래는 이곳에서 점심을 가지려 했던 휴식터를 둘러보고 건너편에 있는 관양능선의 바윗길도 자세히 보고는
어느새 가깝게 보이는 육봉을 향해 힘차게 출발을 했다.
이 길을 걷는데 난이도가 높은 곳을 꼽으라면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좀 전에 오른 바위 절벽이고 나머지가 여기 이 칼날바위이다.
조심하면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는 곳이지만 고소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건너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운동장능선이든 수목원능선이든 그 칼날바위 이후의 길을 가장 재밌게 걸은 것 같다. 작은 암봉들을 오르내리는데
그곳에서 보는 조망은 가면서 아무 때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곳이 모두 멋지다.
8봉능선과 8봉국기대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불성사의 모습도 멋지고
8봉국기대와 6봉국기대로 이어지는 관악산 주능선의 모습도 보는 곳에 따라 멋스럽게 보여지는데...
그것이 보이는 것과 달리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여러 이야기를 담아야 했다. 대담하게 눈 앞에 선 암봉을 곧바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우회를 해서 안전을 강조하거나... 또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가 지나온 길을 보면서 새로운 전설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리고
편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힘은 들지만 재밌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등등... 물론
나의 선택은 힘들지만 재밌는 길. 그래서 갈림길에서 곧장 바위 봉우리로 올라와 뒤돌아 보며 숨을 고르고
왼쪽으로 보이는 8봉능선과 불성사를 시원하게 감상을 한 후,
오른쪽에 있는 6봉국기대에 그냥 지나쳐 가는 미안함을 전하고
8봉국기대로 향했다. 이제부터는 주능선길. 여기서도 편한 길과 조금 험한 길이 있는데...
ㅋㅋ 아직까지는 재미를 추구하는 나이. 힘든 만큼 재미가 있는 험한 길을 걸어
8봉국기대에 도착.
다시 장군바위를 향했다. 이 부근에 오면 늘 다니던 길인데 ...
오늘은 보통 때와는 달리 빨리 지쳐간다는 것이 느껴졌다. 음~~ 체력이 소모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서 장군바위에게 신고를 한 후, 쉼터에 앉아 장군바위능선으로 내려갈 결심을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 겨울 산행에선 험난하고 긴 산행을 했어도 큰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더위 탓인가? 암튼 내게는 사연이 많은 장군바위능선으로 접어들었다.
오래 전 직장 동료들과 산행을 했을 때, 이 길을 자신있게 안내하다가 길을 잃어 동료들의 신망을 잃었던 곳. 하긴 1,2능선에 대한 구분 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으니까...
이제는 확실하게 두 능선을 구분하고 길을 알고 있다. 아래 사진의 ☆표에서 곧장 넘어가면 2능선으로 꽤 까탈스러운 암릉길을 가야하고, ☆표 왼쪽이 1능선으로 편안한 길이다. 오늘의 선택은 1능선.
ㅋㅋ 점점 늙어가는 것인지 글도 같은 내용을 쓰는 일이 귀찮음으로 다가와 장군바위 1,2능선 내림길은 에 대한 것은 이전에 작성한 블로그 글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다만,
https://sinuku.tistory.com/8469125
멀쩡한 바위에 페인트칠을 한 그 사람의 정신세계는 일반인과 무엇이 다를까 궁금헤 하거나
문원폭포 부근의 계곡에 나 있는 여러갈래의 산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한번 쯤 짚어보고 싶다.
앗! 그리고 1능선 계곡에 다 내려와서 어느 산우 한 분이 발목을 다쳐 걷지 못하고 계시던데... 문원 상하폭포 사이의 너럭바위에서 그 분을 구조하러 달려가는 구조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에휴~ 안전제일.
문원폭포에서 비교적 펀안하게 한동안 걸어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 관악산 둘레길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백운사 입구 그리고 KTR 앞 도로로 나와서 산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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