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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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구봉대산 _ 아련하고 따스했던 기억을 찾아서

mangsan_TM 2024. 8. 3. 10:08

 

 

 

 

2024년 8월 1일(목).

영월에 있는 구봉대산에 다녀왔다.  법흥사 일주문에서 산행채비를 하고

 

구봉대산 등산지도

 

 

 

 

음다래기골 - 841봉 - 9,8...2,1봉 - 널목재 - 법흥사로 내려와 적멸보궁을 다녀오면서 산행을 마쳤다.

 

 

 

 

 

예전에 딱 한 번 다녀왔단 기억 뿐 그렇지만, 뭔가 아련하고 따스한 기억은 남아 있는 산이어서 언젠가 다시 걸어야지 했는데 때마침 산악회 WDC가 이 산을 간다고 해서, 고민 없이 그를 좇았다.

 

 

 

 

 

막 11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법흥사일주문에 버스가 도착했다. 느긋하게 산행준비를 마치고 일주문 옆에 있는 이정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아마 11시 5분쯤?

 

법흥사일주문_ 앞면과 뒷면 모두 글이 쓰인 것이 특징이다(앞 : 사자산법흥사, 뒤 : 사자산문흥령선원)

 

 

 

 

사방댐 작은 개울을 건너고, 한동안 동네 포장도로를 지나 임도에 들어서고 또

 

 

 

 

 

한참을 걷다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음다래기골로 들어서고... 그렇게 약 20여 분을 편하게 걷다가

 

 

 

 

 

마침내 가파른 비탈길을 걸어오르는데...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무더운 날씨여서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벌써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들고 있다. 이런 날씨에 더위를 먹으면 안 되니까

 

 

 

 

 

한 발 오르고 또 한 발. 그러다가 쉬면서 그렇게 한 40여 분 무척 힘겹게 올랐는데... 오호! 그제야 나뭇가지 너머로 산 능선이 보였다. 이제는 가파른 오름길은 없겠지 하는 기대감이 에너지를 줘서

 

 

 

 

 

다시 오르는 오름쯤은 보다 쉽게 올랐다. 게다가 이후론 완만한 오름길이 나와서

 

 

 

 

 

이제야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둘 수 있었다. 어느 계절에 왔었는지도 잊은 구봉산. 그렇지만 어렴풋하나마 기억되어지는 것은 그 때는 1봉부터 9봉으로 올랐었다는 것. 그리고

 

 

 

 

 

젊음의 특권인 강인함을 서로가 뽐내면서 여러명이 왁자지껄 즐거운 산행을 했다는 것? 비록, 그들의 모습은 그릴 수 없지만, 그 여운으로 지금 이렇게 가파른 오름을 오르고 있다.

 

 

 

 

 

12시 25분 쯤...? 9봉에 도착했다. 예전엔 그저 아홉 봉우리였지만, 지금은 지자체가 생노병사와 윤회사상을 덧대어 각 봉우리마다 이름을 주었다. 그 중 9봉은 윤회봉. 하지만

 

9봉(윤회봉)에서 본 사자산에서 백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풍경

 

 

 

 

지금의 나는 윤회봉에 올라 옛 기억을 더듬고 있다. ^^. 1,2,3, ... 봉 순으로 봉우리의 높이가 높아지지만 최고봉은 8봉이다. 즉,  9봉에서 한소금 내려섰다가 한 웅쿰 올라서야만 구봉대산의 정상인

 

 

 

 

 

8봉 위에 있는 정상석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12시 45분. 산행 1시간 40여 분 만에 정상석과 교감을 했다. 하늘에 계신 신께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하면서 그것을 고하는 봉우리. 에이~~ 걍 패쓰!!

 

 

 

 

 

사실 나는 유물론자에 가까워서 죽음 이후의 세계엔 큰 관심이 없다. 그런 것에 관심을 두기 보는 

 

 

 

 

 

어디에서 점심시간을 가질까 하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7봉(쇠봉)이 곱게 늙어가면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봉우리다 뭐다 하는 것도 그냥 스쳐가는 것으로 두고 가는 도중에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판판한 돌도 보여 불문곡직 그 위에 점심 상을 차렸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아직은 잔존해 있으니 밥 한 덩이 뱃속에 넣고는 나는 아직 젊다라고 쇠봉 아래에서 외쳤다. ㅍㅎㅎ

 

 

 

 

 

덥긴 덥다. 그래서 7봉에서 내려섰다가 6봉으로 다시 오르는 오름길은 생각 밖으로 많은 힘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되뇌이는 말, 한 발 한 발 옮기면 그 어디도 갈수 있다는 것. 

 

 

 

 

 

6봉. 어쩌면 여기 구봉대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 정상엔 큼지막한 바윗덩이가 있어서 사진촬영하기도 좋고

 

 

 

 

 

지나온 7봉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6봉에서 본 7봉의 모습

 

 

 

 

법흥사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자산 및 백덕산 능선을 볼 수 있는 것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단언컨대... 이 구봉대산의 하이라이트를 6봉으로 두고 싶다. 그래서 관망봉인가...?

 

6봉에서 본 법흥사. 그 뒤의 연화봉, 멀리 백덕산(쌍봉)

 

 

 

 

6봉에서 5봉으로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큰 바위들 혹은 아래로 벼랑을 두고 우회를 하는데

 

 

 

 

 

언듯언듯 볼 수 있는 조망이 좋다. 가는 길 왼쪽으로 멀리 어딘가에 치악산이 있다고 하던데... 그 방향 산그리메도 좋고

 

 

 

 

 

오른쪽으로 사자산과 백덕산의 조망도 너무 좋다. 백덕산과 사자산은 겨울철에만 문재에서 오르내렸는데...  이쪽애서 보니 어느 여름날에 꼭 걸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선가? 5봉(대왕봉)에서 호연지기를 채우고

 

 

 

 

 

4봉으로 향했다. 그 길에 있는 나무들은 인생의 황금기에 빗댄 5봉과 4봉 사이에 있어선지 모두 싱그럽고 활력 또한 넘쳐나 보였다.

 

 

 

 

 

그렇지만... 그 동안 걸어온 거리 때문인지 아니면 더위 때문인지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4봉을 지나

 

4봉 _ 준비를 마치고 벼슬길로 정진하는 관대봉.

 

 

 

 

 

3봉에 도착했을 때는 약간은 번아웃이 되는 느낌? 그런 느낌엔 의심할 필요가 없다. 괜히 갸우뚱 대다가 멈춰서느니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충분히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3봉 _ 청년기의 장생봉

 

 

 

 

그렇게 간편 휴식을 마치고 2봉으로...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을 때를 좋을 때라 하던데... 돌이켜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 때에도 그 좁은 세계 속에서 그 나름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었으니까. 암튼 2봉인 아이봉을 지나

 

 

 

 

 

1봉에 도착했다. 벌써 2시 7분. 새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양이봉에서 하산을 준비하고

 

 

 

 

 

널목재로 내려왔다. 지도를 보니 조 앞 출금을 넘어서서 쭈욱 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자바위봉, 사자산, 백덕산, 신선바위봉 순으로 해서 법흥사로 갈 수 있던데... 언젠간 그렇게 걷기로 하고 오늘은 

 

 

 

 

 

막바로 법흥사 방향으로 향했다. 산비탈길을 한 10여 분 정도 걸어내려롸 계곡 상류와 접속을 하고, 

 

 

 

 

 

이번엔 탄탄한 임도길을 20여 분 정도 걸어내려와

 

 

 

 

 

청량하고 힘있는 물소리를 가진 계곡에 도착을 해서, 풍성한 물을 담고 있는 웅덩이 옆에 앉아 발도 담그고 땀도 씻고 한참을 더위 떨구기를 한 다음

 

 

 

 

 

3시 5분경, 법흥사에 도착을 했다. 산행?을 마칠까 하다가 여기 법흥사에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 있다고 해서, 우선 그곳을 보기로 하고 법흥사로 들어갔다. 작은 백합꽃들의 인사를 받으며 적멸보궁으로 향하는데... 계곡에서 막아놓은 땀들이 터진 둑 위의 물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올라가, 자장율사가 수행한 토굴을 마주보며 자신의 소원을 열심히 기도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나 역시 그 분의 소원 옆에 내 소원을 놓고

 

5대 적멸보궁(영축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중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적멸보궁 한바퀴를 돌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디 지치지 않게... 의미를 잃지 않게... 다시 또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 비나이다.

 

 

 

 

 

다시 법흥사로 내려가는 길. 약사전 처마에 걸린 구봉대산의 아홉봉우리가 정겹게 다가왔다. ㅋㅋㅋ 아니 여기서 보니 동네 뒷동산 같네?

 

 

 

열심히 옛 기억을 반추했지만... 여전히 아련하고도 빛바랜 것들 뿐!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의 행복함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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