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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속리산 서북능선, 묘봉과 상학봉 _ 사랑한다. 꾸숑!! 본문
2024년 8월 20일(화).
속리산 서북능선 중 묘봉과 상학봉에 다녀왔다. 묘봉두부마을 소형주차장에 차를 두고
묘봉두부마을 - 비로봉 - 상학봉 - 묘봉 = 북가치 - 미타사 - 화북면서부출장소 - 묘봉두부마을로 원점회귀를 했다.
오후에 집중호우가 예보되어 그전에 다녀오려고 분당에서 새벽에 출발, 묘봉두부마을 소형주차장에 6시 45분경에 도착을 했다. 새벽부터 무더운 날씨.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채비를 갖추고 7시가 안 된 시간에 산행을 시작했다.
꾸숑!! 넌 아직 꿈나라에 있을 이른 시간 임에도 두부마을 식당 안에서는 일하는 소리가 들려왔단다. 오라!! 산행을 마치고 시원한 콩국수를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니 발걸음이 가벼워져 건물 왼편,
운흥1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이 즐겁기만 했단다. 많은 봉우리들이 회관 뒤로 별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보는 것 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단다. ㅎㅎ 이로서 아빠는 산을 분명 좋아하는 듯싶구나.
마을회관을 지나고... 상학봉까지 대략 4킬로미터.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으로 길을 나서려는데... 길 한편에 탐방로예약제에 관한 현수막이 보였단다. ㅋㅋ 좀 늦게 왔더라면... 귀찮을 뻔.
마을이 끝나는 지점. 갈래길이 나오고... 헷갈리지 않도록 누군가가 팻말을 설치해서 선택에 대한 고민 없이 등산로라 표시된 길로 수월하게 걸어갔고
마을 외곽에 있는 농로까지 거침없이 걸어가는데... 밤새 내려앉은 이슬에 양말이 젖어드는 것보다 혹시 뱀이라도 튀어나올까 몹시 걱정하면서 걸어갔단다. 그렇게 한 10여 분 걸어서
지금은 막힌, 예전엔 막바로 토끼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을 하고
본격적인 속리산 산자락으로 스며들었는데... 그동안 완만했던 산길이
계곡을 건너갔다 건너오면서 점차로 가팔라져 갔단다. 산을 오르는 것이 마치 인생과 같다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하던데... 전적으로 동의한단다. 동네 외곽의 순한 길은 유년시절과 닮아 있고...
점차로 가팔라지는 산길을 걸어 올라가기에 점점 힘이 부치는 느낌이 오지만, 확실한 길이 있어 의심 없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학창 시절과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그런데 꾸숑!!
등산으로 치자면... 아빠는 이미 산을 오르고 슬슬 내려가는 중이라 말할 수 있는데... 그 나름 치열해서 학창 시절엔 잠시 쉬는 것조차 용인할 수 없었 던, 그것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단다. 가다가 힘들면 쉬고 먹을 거라도 있으면 먹고...
금방 쉬었는데... 잠시 더 올라가니 또 쉼터가 나왔다면... 쉬든지 그냥 가든지...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란다. 여러 명이 산행을 같이 한다 해도... 결국은 본인의 두 발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란다.
누구는 이미 올라가고 있다고 초조할 필요도... 지금도 힘든데 올라는 갈 수 있을지 불안해할 필요도 없단다. 어차피 산행도 인생처럼 약간의 개인차가 있을지라도 꾸준히 걷다 보면 적당한 시간에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놀고 싶을 땐 놀고 쉬고 싶을 땐 쉬어도 될 듯싶구나.
다만, 필요한 것은 충분히 쉬었다 싶으면 눈앞으로 뻔히 보이는 길을 외면하지 않고 다시 올라가는 용기가 아닐까 한단다. 그 길을 오르다 보면 비록 길이 지금보다 더 가팔라지고 거칠어졌다 해도, 혹은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 해도... 그동안 오르면서 적응한 몸이 훨씬 수월히 오르게 하고 주위를 살펴보면 벽을 우회해서 갈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란다. 좀 전에 쉬었던 안부에서
한 25분 정도 올라오면 주위가 열리면서 조망이 트이는데... 보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고 근심 걱정도 사라짐을 경험할 수 있단다. 이 느낌, 우리 꾸숑에게도 전해졌으면 좋을 텐데... 암튼,
연일 쏟아지는 폭염. 오늘도 예외가 없어서 첫 봉우리에 도착했을 때엔 이미 옷이 땀으로 푹 절여져 있었단다. 때마침 쉬라고 놓인 벤치가 보여 망설이지 않고 배낭을 내려 어제 엄마가 사다 놓은 방울토마토로 약간의 에너지를 충전했단다.
이제부터는 마루금 걷기. 즉, 인생으로 치면 자신 만의 삶을 자신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에 비유를 할 수 있을까? 지금 도로 산을 내려간다 해도 이 산을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하니 앞으로 얼마 만큼 더 가는지는 자신의 능력을 따르면 된단다. 마루금 걷기는
물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주위에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아서 들어가는 힘에 비해 쌓이는 행복감이 훨씬 많아진단다. 그러니 얘는 뭐를 닮고 이 녀석은 또 뭐를 닮고 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봉우리에 올라가 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보는 이 없어도 괜히 어깨를 으쓱거리게 된단다.
저기 앞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토끼봉인데... 좀 전까지는 반드시 다녀와야지 했지만...
토끼봉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세워둔 탐방로아님 팻말에 토끼봉을 그냥 지나쳤단다. 그것에 큰 의미를 둔 어느 분께는 중요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가거나 말거나는 이 길을 걷는 것에 역시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까. 그러니
꾸숑. 남이 뭐를 하든 네가 가는 길에는 방해가 되지 않으니... 그렇게 가게를 한번 접었다고 위축되거나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단다.
산행 시작 3시간째. 비로봉에 올라섰단다. 올라서고 첫 번째로 한 일은 와우~~ 하는 감탄사. 멀리 속리산 문장대부터 시작하여 관음봉, 묘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모습이 주욱 보이는데... 오히려 구름이 있어 신비로웠단다.
그래서 그 모습을 좀 더 확실하고 여유롭게 즐기려고... 아예 너럭바위 위에 밥상을 차리고 자린고비의 조기처럼 약밥 한 덩이에 눈길 한 번 주고
문장대 한 번, 또 관음봉 한 번을 바라보면서 그 멋진 풍경에 스며들었단다. 속세의 아둥바둥한 삶을 잊고 이 멋진 곳에서 마냥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미 신선일 테고... 인간인 우리는 적당히 즐겼으면 또 다음을 준비해야 하니 움직여야 하겠지? 꾸숑. 너도 이젠 눈치챘을 거야. 이 광활하고 험난한 산이라도 어느 쪽이든 이미 선배들이 만든 길이 있다는 것을...
그러니 어느 길을 가든 다 의미가 있단다. 저기 보이는 능선으로 가면 아마 충북 보은으로 갈 수도 있는 것과 같이. 누구는 즉흥적으로 그런 모험을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아빠는 산을 오르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계획을 세워 그대로 길을 걷곤 한단다. 그래야 마음이 안정적이고 편안해지기 때문이지. 그래서 여기 비로봉에서 상학봉으로 가기 위해선 한참을 급하게 내려서고
또 한참을 가파른 계단길로 걸어올라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단다.
미리 공부한 것이 있어서 초행길이지만 잘 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가끔은 온 길을 뒤돌아 보면서.. 저 아래 비로봉 밑자락으로 해서 토끼봉을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떨긴 했지만...
그런데... 상학봉이구나 싶어 힘들게 오른 봉우리가 상학봉이 아닐 때는 약간의 의구심과 함께 불안함 마음이 들기는 했단다. 그렇지만, 미리 공부한 것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불안한 마음이 좀 더 가야 하나 벼 하는 자조로 금세 바꿨단다.
그래 맞아! 무엇을 하기 위해선 그것을 위한 미리공부하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그랬기 때문에 바리케이드로 막힌 이 굴바위를 찾아갈 수도 있었던 거지. 상학봉으로 가기 전 커다란 바위 밑에는
성인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굴이 있는데... 이 굴을 통과할 때는 마치 어느 차원을 이동하는 기분도 들고 ㅋㅋ 무엇보다 통과하고 나서 암봉 꼭대기로 오르는 내내
보이는 풍경이 또한 절경이었단다. 엇 잠깐!! 여기 바위틈에 자리 잡고 사는 이 소나무. 척박한 환경에 구애됨 없이 안정적이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단다.
산에 가면 이런 소나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음~~ 척박한 환경에도 뿌리를 내릴 곳은 반드시 있구나. 꾸숑!! 이런 나무들이 힘들어 하는 네게 다만 작은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암튼, 정상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봉우리도 상학봉은 아닌 것 같고... 오랜 산행력으론 저기 앞 봉우리가 상학봉이지 싶긴 한데... 궁금하니
바지런을 떨어 그 봉우리에 올라갔는데, 엇? 내 어깨 높이의 오버행 바위가 앞을 막고 있었단다. 낑낑거려서 넘어가긴 했는데... 역시 젊었을 때의 몸이 아니라서 피를 봤단다 ㅜㅜ
그래도 위안이라면... 나의 산행력이 준 예감이 맞았다는 것. 즉, 이곳이 상학봉이란 얘기지. 처음으로 대면하는 정상석이라서 인증은 했다만 셀프 촬영이어서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문장대에서 이곳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절로 입이 쩍 벌어지더구나. 아무래도 앞쪽부터 암릉봉, 묘봉, 멀리 관음봉 그리고 구름 속의 문장대 같은데...?
곧 확인할 수 있겠지 하면서 상학봉을 내려서는데... 눈으로 확 다가서는 낯익은 바위. 산우님들 글에서 많이 봐온 스핑크스 바위였단다. 사람들의 작명 솜씨에 대단함을 느끼며
다시 길을 걸어 암릉봉으로 향했는데... 아무래도 암릉 위를 걷기엔 위험한 곳이 많은 건지 길이 죄다 암릉 밑으로 나 있더구나.
아무렴 어때!! 유연성을 검사하는 바위 밑을 통과하고 기묘한 바위들이 멋스럽게 놓여있는 능선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암릉이라 적힌 표지석과 만났는데... 바위들을 쌓아 만든 무덤이란 뜻인지... 아니면 봉우리가 죄다 암릉이란 뜻인지 모르겠더구나. 하긴 이름이야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더운 날씨엔 산행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나인데... 오늘 역시 다르지 않아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에 앉아 잠시 또 휴식을 갖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묘봉을 향했단다. 묘봉이란 이름은 바위 모양들이 기묘하다 해서 그렇게 불렸다던데... 저기 앞에 기묘한 바위가 보이니 저곳이 묘봉일까? 하지만 이번엔 예감이 맞지 않아서.
그 기묘한 봉우리 밑을 지나고 다시 약간을 올라 널찍한 바위 위에 오르고 나서야 묘봉 정상석을 볼 수 있었단다. 그런데... 전혀
기묘하지도 않은... 오히려 아주 넓은 마당바위로 완전 조망 맛집이 묘봉이었단다.
여기서 관음봉으로 이어져 문장대에 도착하고, 또 거기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의 산줄기가 보이고
멀리 토끼봉에서 비로봉, 상학봉과 암릉봉을 거쳐 이곳까지 걸어온 서북능선. 얼마나 멋진지 연신 탄성을 내며 그 풍경을 파노라마로 담기 바빴단다.
다시 또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 나머지 구간을 살펴보면서... 한참 동안 신선놀음을 하다가 갑자기 든 콩국수 생각에
북가치를 향해 출발했단다. 이제부터는 오르는 길 없는 내림길.
은퇴를 하고 이제는 이것저것들을 감상하면서 인생을 유유자적 즐기는 노년의 삶과 닮았단 생각이 들지 않니? 젊은 날엔 그냥 지나쳤을 길 옆의 바위에서 미를 찾기도 하는... 하지만,
이 시기에 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여기 이 마사토가 있는 평범한 내리막길 같은 것이란다. 이 나이에선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
묘봉에서 30여 분 내려와서 북가치에 도착했는데, 관음봉 쪽에 속사치라는 것이 있는 것을 보면 치라는 것이 고개를 뜻하는 것 같구나.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여기에서 문장대로 오른 기억이 있는데...
산 아래에서 여기까지 편안하게 올라왔다는 기억이 있으니 이제부터는 편안히 내려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 당시 직장 친구들과 차 두 대로 요 아래 무슨 초등학교 근처에 와서
한 대는 법주사에 주차시키고, 다시 이곳으로 와 관음봉. 문장대를 거쳐 법주사로 내려갔었는데... 함께 했었던 몇몇 동료들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새삼 세월의 빠름이 실감되더구나.
미타사로 오르는 길은 북가치에서 절골로 한 45분 정도 내려온 곳에 있었는데... 그동안 걸은 거리가 있어서 미타사를 그냥 지날칠까 하다가
혹시, 힘들어 하는 마음을 열심히 극복하고 있는 네게 나의 가절한 마음이 보탬이 될까 싶어 가볍지 않은 오르막길을 올라가 미타사 산신각에 나의 염원을 고이 모셨단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포장된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는데 나무그늘이 있는 길은 그런대로 걷는 맛이라도 났지만, 뙤약볓 아래의 길을 걷는 것은 말 그대로 순례길이었단다.
음~ 오래 전에 차를 세워둔 곳이 저 근처였을까? 12시 58분. 마침내 화북면 서북출장소를 지나면서 산행을 마쳤단다. 그렇지만
차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아직 많이 남은 발걸음. 운흥양조장을 지나쳐서
37번 국도를 따라 묘봉두부마을로 가는데... 이 무더위에 순례자의 마음으로 길을 걷는 것에 보상을 주려는지 벼가 열심히 머리를 숙이는 모습 뒤로 오늘 걸은 산의 모습을 보여주더구나.
그래 꾸숑!! 이 맛이란다. 오를 때 그렇게나 힘들었던 산행을 이렇게 내려와서 관조할 때 오는 담담한 기쁨. 이 맛이 늘 그리워 아빠는 이 더위에 산행을 고집하지 않나 싶단다.
산을 내려와서 보면 그 힘든 여정이 단지 아름답게만 보이니 꾸숑!! 지금의 힘듦도 지나고 나면 분명 아름답게 보여질 게다. 그러니 뭐든 훌훌 털어내고 당분간은 편안하게 쉬는 것에만 집중했으면 한단다.
국도를 한 18분 정도 걸어 다시 묘봉두부마을에 도착을 하고 냉큼 들어가 콩국수 한 그릇 주세요 외쳤더니... ㅋㅋㅋ 두부마을인데 콩국수는 안한단다.
뭐.. 내맘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삶이 재미있을까? 아마도 그렇진 않을 게다. 단조롭고 예측대로 이루어지니 분명 삶이 지루할 것은 뻔할 것이고... 그래서 아빠는 내 맘이 원하는 차하를 골라 청국장을 먹었는데.. 함께 나온 반찬과 더불어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단다.
그래 꾸숑!!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도 충분히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곳곳에 많단다. 길 역시 어느 곳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으니 내 생각대로 안 된다고... 너무 조급하고 불안해 하면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단다.
힘내라 꾸숑!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꾸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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