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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배태망설 _ 무지개 날 반기네. 본문
2020년 8월 28일(금). 휴가로는 마지막 평일을 알차게 보내고자
그 유명한 배태망설(배방산, 태화산, 망경산 그리고 설화산)을 다녀왔다.
말 그대로 코스는 동천교회에서 시작하여
성터산 - 배방산 - 태화산 - 망경산 - 설화산 - 초원아파트.
그리고 들녘을 가로질러 다시 동천교회로 오는 23 km 환종주 길이다.
아침 6시 20분. 배방산 밑, 동천교회를 한참 남겨두고 공터에 주차를 했다.
요즘 코로나의 이동경로로 많이 사용되는 곳이 교회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접촉을 줄이고 싶었다.
들머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동천교회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작은 주차장이 보이고 산으로 들어서는 계단이 보인다.
6시 30분. 이제 첫발을 디딘다.
온양 방씨와 관계된 배방산성터까지는 약간의 오름이 있어서 걷기 적당한 만큼의 땀이 나왔다. 그리고
어라? 여기는 마치 어릴 적, 추석명절 때 애들과 우르르 뒷동산에 올라가 떨어진 밤송이를 까서
알밤을 주워 모았던 그 때의 분위기인 걸?
그렇게 즐거운 성터산 산책을 마치고 잠시 내려서고 오르기응 몇 번.
비가 올려나? 운무와 함께 한 배방산의 모습이 가까워 져서
엄지발가락에 힘을 부쩍 넣고 걸음을 옮기니 금방 정상이다. 현재 시간 7시 45분.
아주 멋진 오늘의 문구
하지만, 건너편 설화산은 구름에 죄다 싸여있다.
잠시 에너지를 보충하고 길을 걷는데... 멋진 산줄기가 눈 아래에서 운무와 노닐고 ..있다...?
어? 저 줄기는 블로그 이웃님들이 보여준 태화산줄기와 같은디?
그럼 잘못 내려온건 아닐까?
때마침 산을 오르시는 분이 있어 물으니. 헉! 태화산 가는 길은 정상 포토존 옆에 있다고 하시네.. ㅠㅠ
다시 부지런히 왔던 길 뒤짚어 올라간다.
다시, 배방산 정상. 25분 넘게 알바를 한 것 같다.
이정표가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건만, 늘 확인하던 것을 좀 전에 왜? 하지 않았을까?
카터로로 가는 길은 짧지만 임팩트한 급한 내림길. 그래서
뒤가 보이는 공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지금껏 내려선 능선이 꿈틀거리듯 보여지고
열심히 알바를 했던 곳도 보여 쓴웃음을 짓게 한다.
오래 전, 미국 대통령인 지미카터가 조깅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카터로.
굳이 그렇게 명명하지 않아도 좋았겠구만.. 암튼 길을 건너서
태화산 영역으로 들어섰다. 태화산 까지는 아직도 먼 길.
크지 않은 구릉들을 오르락 내리락.. 그래도 길이가 있어서인지 조금씩 지쳐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조망이 트인 바위가 보여서 구경을 핑계로 휴식을 갖는디... 어? 의외로
가야할 망경산과 설화산이 훤히 보이고 바람이 시원히 불어줘서 피곤을 덜 수 있었다.
사실 배방산과 태화산까지의 거리는 5 km 정도. 짧지 않은 거리이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등성이길이라선지 시원한 바람이 많다. 오늘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순탄한 길은 태화산 정상 전 500 m 부터 급하게 고개를 치켜세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힘이 있으니 이번에도 역시 엄지발가락에 힘을 꾸욱 싣고서
별로 힘들지 않은 양, 태화산 정상에 오르고 나서
배낭을 내리고 과일을 꺼내어 허겁지겁 에너지를 보충한다. 10시 30분이다.
정상석 오른쪽으로 작은 길이 보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태학산으로 갔다가 오는 길인 것 같다.
그때는 태화산과 태학산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여 자연스럽게 넋티고개를 향해 줄발한다.
여느 깊은 산 못지 않은 키 큰 나무들이 있고, 그 아래로 꽤 긴 거리를 걸어 내려간다.
걷기에 참 좋은 길이었지만, 같은 환경이다 보니 약간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백련사에 도착을 했다. 무척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땀도 많이 흘렸고 물도 많이 마셨다.
그래서 물을 좀 더 보충하고 싶었지만 샘을 찾을 수 없어 잠시 배회하다 지나친다.
백련사에서 망덕산까지는 땡볕이 내리쬐는 마을길. 손부채질 하면서 잠시 걸어 내려오니
넉시티고개가 나오고, 길 건너편으로 망덕산 들머리가 보인다.
넋티? 예사롭지 않은 이름이지만, 그늘이 필요한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어서 재빠르게 지나쳤다.
망경산. 지난 5월 30일. 강당리에서 광덕산을 거쳐 올랐던 곳.
이번에 두 번째 오르는 곳이지만 이쪽으론 처음 길. 그런데 엄청 가파르다.
물론,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가 적어도 9 km 를 넘겼을 테니 지칠 때도 됐지만.
가파른 정도가 심해서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그 오름질은 480봉에 와서야 잠시 멈췄다. 누군가 나무등걸로 만든 벤치에서
한참을 헉헉거리며 물을 벌컥벌컥 마셔주고
마지막 고비 400 m를 죽을둥 살둥 올라간다.
지치긴 지친 것 같다. 이 정도를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드디어
망경산 정상에 올라섰다. 넋티고개부터 정상까지는 1.4 km인데
오른 시간은 무려 1시간 20분! 어휴~~
망경산 정상에는 비록 낡았지만 프라스틱으로 된 원탁 테이블 1개와 의자 4개가 있다.
그곳에 앉아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뜨거운 커피로 피로를 풀어본다.
12시 40분. 컵라면으로 천천히 점심을 즐기고도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 그리고
설화산으로 힘차게 다시 발걸음을 디딘다.
지난 번, 이곳을 오를 때 무척 가파르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 오늘 올랐던 가파름을 생각하니 우습다.
경사도는 비슷한 것 같은 데, 그 길이가 엄청 짧아서 그런 생각이 든 것 같다.
망경산에서 만복골갈림길까지 내려서서 대부분이 직진을 하지만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왜냐하면 지난 번에도 알바를 했었는데, 조금 내려가서 임도와 만난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
이 임도길은 양 옆으로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걸을 만 하고
먼 곳에 있는 학교까지 걸어서 다녔던 유년의 기억을 걷는 것만 같아서 즐거웠다.
게다가 시야가 열리는 곳이 한 곳이 있는데, 여기에선 지나 온 성터산과 배방산 그리고
가야할 설화산. 그들로 둘러싸인 배방읍 수철리의 모습이 멋지게 조망이 된다.
절골임도사거리. 왼쪽으론 광덕산, 오른쪽이 설화산 가는 길.
이 길도 지난 번에 걸은 길이다. 그 때도 소나무가 사열하듯 늘어선 길을 편안하게 걸어서
설화산삼거리까지 왔었고, 그곳에서 왼쪽 강당리주차장으로 내려갔었지만
오늘은 직진을 하여 설화산으로 간다.
눈에 익은 곳은 이게 마지막. 벤치에 앉아서 복숭아 한조각의 에너지를 보충하고
길가의 바위를 손으로 내리쳐서 두 조각 내기 놀이(ㅋㅋ 상상)도 하면서 잠시 휴식.
이제부터 설화산 가는 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이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의 시작.
와우~~ 솔밭이라면 이런 곳을 그리 불러야 마땅하지 하는 곳도 지나고
자연보호간판이 있는 곳도 순식간에 지나친다.
엇? 어느 순간부터 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피드에 몰입이 된 듯 하다. 그러면 안되지.
길가 자그마한 바위에 앉아 마지막 복숭아 조각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자리펴고 한숨 자면 딱 좋겠구만..
완만한 내림길이 어느 순간부터 완만한 오름길로 다시 가파른 오름질을 해서 한소금 멈췄다.
애기봉이란다. 가쁜 숨을 달래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와우~~ 수철리 마을 위로 무지개가 선명하다.
오우~~ 감동. 내게 준 축복이구나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르게 작은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길. 긴 거리를 걸은 만큼
발목 보호에 신경을 쓰면서 작은봉을 지나 안부삼거리로 내려선다.
초원아파트 1560m, 설화산 240m.
초원아파트로 가려면 정상에 들렸다가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하는 걸까?
그런데 여기 정상까지 240m. 비록 가파르다고는 하지만 단박에 치고 올라야 할 거리인데
그러질 못했다. 지칠대로 지친 모양. 앉기 좋은 바위가 보이면 그 곳에 앉아 쉬기를 여러번
마침내 배.태.망.설의 설화산에 올라선다. 벌써 오후 3시 17분.
망경산에서 서울쪽을 바라본다 하지만, 조망은 여기 설화산이 최고인 것 같다.
사진으론 다 담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모두 눈으로 그릴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보니 태학산과 태화산의 다름을 알 수 있겠다. 암튼 지금까지 지나 온
배태망설 능선은 물론, 광덕산까지 모두 조망이 됐다.
안타까운 것은 많이 지쳐있어서 외암리마을 쪽으론 대충 보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는 것.
지도를 보니 초원아파트를 가려면 굳이 아까의 안부삼거리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직진을 했다.
잠시 내려서니 초원아파트도 보이고 동천교회도 보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선명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이 시야가 확 열린다.
그래서 바지런히 내려오는데.. 이건 뭐지?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는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산불이 있었던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뒤돌아 보니 설화산은 의연하기만 하다.
초원아파트까지는 생각보다 긴 거리.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
아파트에 당도했고, 아파트 상가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 한 컵을 구매한다.
그리고 아까 위에서 그린대로 커피를 마시면서 동천교회를 향해 논을 가로질러 갔다.
주차한 곳에 도착을 하니 5시 20분 경. 긴 거리에 알바를 추가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과 함께 집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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