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월악산 _ 소망을 담고 오른 23년 첫 산. 본문

등산

월악산 _ 소망을 담고 오른 23년 첫 산.

mangsan_TM 2023. 1. 6. 10:52

 

 

 

2023년 1월 4일(수). 새해에도 더도 덜도 아닌 지금처럼 소소한 일상이 계속되어

작은 행복이라도 간직할 수 있게 해 주십사 하는 소망을 담아

월악산 영봉에 올라 그 소망을 올리고 왔다.

월악산 등산지도

 

 

 

송계2교를 건너 적당한 공터에 차를 두고

월악산(통나무집)휴게소 - 보덕암 - 하봉 - 중봉 - 영봉 - 송계삼거리 - 동창교로

약 7.7 km의 거리를 7시간 10분 동안 걸었다.

 

 

 

아침기온이 영하 10도 였고, 그 추위가 산행 내내 따라다녔지만

미세먼지나 황사가 없어서 조망이 좋았다. 산악회 MTR과 함께 했다.

 

 

 

충북 제천 송계2교를 지나자 마자 나오는 월악산통나무집에 도착한 시간은 9시 20분 경.

추위가 산행준비를 더디게 해서 9시 25분이 넘고 나서야

 

 

 

보덕암 방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정확히 6년 하고도 5개월 전에 이 길을 들어섰었는데

그 때와는 달리 많은 집들이 들어서 있어서 들머리를 찾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산행 내공이 깊으신 분의 리딩이라서 별 걱정 없이 주위를 감상하면서 계곡을 따라 산으로 접어든다. 

 

 

 

 오우~~  그래 맞다! 이 바위. 마치 반 고흐의 붓터치를 생각케 해서 예전에도

지금처럼 감탄을 했었던... 이제 제대로 길을 잡았다는 징표. ㅋㅋ 사실은 길도 뚜렷하다. 예전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이 나무와  같이 건강하고 특색이 있는 것들이 종종 눈에 보였는데,

지금은 띠지들이 곳곳에 보이니 조만간 많은 나무들이 시련과 맞딱뜨릴 듯 싶다. 

식물에 해박한 산우님 말씀으론, 오동나무라 함.

 

 

 

영험한 산에는 꼭 존재하는 돌문들. 이곳에도 보덕암을 오르기 전에 있는데 이 문을 통과해서

 

 

 

한 자락 올라서서 보는 조망이 너무 좋다. 예전 여름철에 왔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풍경.

와~~ 므찌네.. ^^. 그리고 50여 미터 아래쪽에 있는 보덕굴.

 

 

 

마의태자께서 불교에 귀의해서 잠시 참선을 했다는 보덕굴.

보덕굴

 

 

 

그 안에 부처님만 모셔져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신기한 역고드름이 자라고 있다니...

그 모습들이 마치 갖은 형상의 인간들의 모습과 닮아 보인다.

 

 

 

굴 밖으로 펼쳐진 풍경 또한 훌륭하여 어느 보통 사람이라도 이 굴에 앉아

명상을 하다보면, 위대한 성인은 아니더라도 철학자로서의 명망은 얻을 듯 싶다.

 

 

 

10시 20분 경. 보덕굴 윗쪽 가까운 곳에 있는 보덕암에 도착을 했다.

여름철엔 꿀맛 같은 물을 제공하는 대웅전 앞 우물이 오늘은 그저 스치는 정도이니

보덕암

 

 

 

사람들 또한 다르지 않겠지. 그러니 필요할 때만 좋은 척 하는 인간들을 욕해서 뭐할까.

단지,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하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몸으로 익힌 것은 몸이 기억한다고 하던데

 

 

 

보덕암부터 시작되는 오름길에 들어서는 순간 이제부터는 고난의 시작이란 느낌이 강하게 왔다.

 

 

 

ㅋㅋㅋ 그러면 그렇지! 이쁜애 옆에 또 이쁜애라면 얼마나 좋을까. 에휴~~

가파른 오름길 위에 더 가파른 오름길?? 그래도 여름철 보단 

 

 

 

체력 소모가 적어서인지 켜켜히 쌓아둔 책처럼 보이는 책바위를 만저보거나

 

 

 

어느새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청풍호를 바라보면서 작은 걸음이지만 끊임 없이...

 

 

 

그렇다고 체력소모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이제는 주저앉을까 할 때 쯤.

 

 

 

청풍호가 훤히 보이는 산 능선에 도착을 했다. 보덕암부터 약 1시간 30분 정도 끊임없이 오른 것 같다.

오우~~  저기 저 산자락은 악어 같은데...?  그러고 보니 저곳이 악어봉?

 

 

 

어느 산우님이 악어봉에 올라 찍은 사진에 악어 여러마리가 보이더만... 

오호!!  악어봉이나 큰악어봉에 오르면 그 모습이 나오겠군. 이번 여름엔 저곳도 다녀가여지...

 

 

 

암튼, 쉬는 김에 가는 길 오른 쪽으로 보이는 산군들도 여유롭게 감상을 한 후,

하산할 동창교가 있는 송계리 전경

 

 

 

큰 굴곡이 없는 능선길을 오르내리락 하면서 걷다가 마주한

 

 

 

봉우리들... 다리로 연결이 된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는 하봉 전위봉이고.. 그 뒷쪽 봉우리가

하봉, 그리고 그 뒷쪽 봉우리가 중봉이다.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에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험난하기 말도 못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다

다녔다는 리더의 은근한 자랑을 듣고 아래를 살펴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영험한 기운이 서려 있는 이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을 거니까.

 

 

 

하봉 전위봉에 올라 이번에 아들로부터 간이식을 받은 한 친구의 건강하기 소망을 하늘에 올리고

 

 

 

나머지 소망들은 위투 속주머니 따시한 곳에 넣어두고 하봉으로 향한다. 맑은 날씨여선지

전위봉에서 본 하봉

 

 

 

가까이에 보이는 하봉이었지만, 막상 다가가기까지 꽤 많은 힘과 시간이 들었다.

하봉 오르는 길에서 본 중봉과 그 뒷쪽의 영봉.

 

 

 

가다가 종종 뒤돌아 서서 보는 풍경. 힘이 들었어도 힘겹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한 이유.

 

 

 

데크가 잘 꾸며진 하봉 정상에 도착을 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점심은 중봉에서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하봉을 홀대하긴 그래서, 위투에 있는 소망 주머니 하나 꺼내어

하늘에서 유유히 활공하는 송골매?에 나의 소중한 친우들과 지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올려 보냈다.

 

 

 

어쩌면, 월악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하봉과 중봉이 아닐까? 물론, 

 

 

 

하봉에서 상당히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야 월악의 봉우리들 사이의 관계가 맞지만

 

 

 

오르는 내내 뒤돌아 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라서 

 

 

 

물론 힘이야 들었겠지만,  가파른 계단도 마치 평지를 걷듯 올라간 느낌이다.

 

 

 

12시 51분. 중봉에 도착을 했다. 산행 3시간 30분이 넘어가는 시간이다.

 

 

 

사람이 없어 한적한 중봉 정상 잘 꾸며진 데크에 배낭을 내리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는

하봉을 감상한다. 그리고 한 30여 분 정도, 알맞게 익은 컵라면과 함께 소확행을 즐겼다.

중봉에서 본 하봉과 그 뒤의 전위봉

 

 

 

ㅋㅋ 이래서 밥이 좋다!!  가까이 보인다고 쉽게 가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금방 갈 수 있겠다는 이 뜬금없는 자신감.

중봉에서 본 영봉의 모습

 

 

 

빙판이 된 가파른 내림길에도 이젠 아이젠도 장착을 했겠다

 

 

 

가뿐하게 내려서고...  탄력을 받아 힘차게 도약을...? 뭐야!!  아직도 0.5km가 남은 겨?

 

 

 

에휴~~  겨우 500m 남았구만,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이 기현상은 어이된 일?

 

 

 

오름길은 또 왜 이렇게 된지...? 에이 몰라!!  철푸덕 주저앉아 중봉을 감상 했다.

 

 

 

ㅋㅋㅋ 쉼이 주는 에너지! 여름엔 그 에너지로도 간신히 올랐던 마지막 고비인 철계단.

지금은 오르기에 충분하단 느낌!! 워매~~ 저것이 뭣인겨? 상고대 아녀?

 

 

 

오후 2시 5분. 마침내 영봉에 올라섰다. 지금까지 4시간 40분 정도의 산행.

음~~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는 시간 보다 더 걸렸네. ㅜㅜ 암튼,

영봉에서 본 중봉의 모습, 그 뒤로 살포시 보이는 하봉.

 

 

 

배낭을 내려놓고 위투 속에 담아둔 소망주머니들, 가족들이 이루어졌음 하는 하나 하나의 것들을 

꺼내어 주문을 외듯 읊조리면서 하늘로 띄워보냈다. 큰 애는 어쩌구... 작은애는 저쩌구...

 

 

 

그러는 동안에도 묵묵히 옆자리를 내어준 정상석에게 진한 감사를 전하고

 

 

 

멀리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눈을 둔다. 와우~~

저 멀리 독특한 모습의 주흘산도 보인다. 여기서 보니 마치 피자헛 상표의 모자처럼 보이네.

 

 

 

이번엔 신륵사 쪽 산군들. 저 쪽 어딘가에 소백산도 보인다 던데..  그게 너 인가? ^^

 

 

 

그대로 부여안고 그대로 산이어도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니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온 길을 이어 영봉을 넘어서 가는 길.

 

 

 

이렇게 가슴이 확 트여 그곳으로 호연지기가 웅장하게 들어서지만, 누군가는

 

 

 

오히려 겁으로 쌓여 실신까지 했다는... 그래서 만들어졌다는 수직 직하 계단길.

내려다 보니 그 사람의 심정이 이해된다.  그 길로 내려서면 이제는

 

 

 

월악산 바위에 맺힌 결로가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생기는 낙석 방지 터널.

이렇게 안전에 세심하신 월악산국립공원 책임자 분께 영봉에서 따온 행복의 열매를 드립니다.

 

 

 

사실, 왠만한 산 만큼이나 큰 바위봉인 영봉. 얼마나 큰 지 덕주사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 간신히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영험한 기운도 충만해서

 

 

 

영봉을 이미 다녀오신 분은 이렇게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에게도 23년도의 행복을 전할 정도다.

 

 

 

덕주사로 가는 길과 동창교로 가는 길이 갈리는 송계삼거리.

오늘의 날머리는 동창교. 이곳으로 가는 길이 오색의 그것과 같아서 기억에 남았었는데

송계삼거리쉼터

 

 

 

그 길을 단단히 덮었던 돌들 대신에 계단이 놓여있다. 게다가 눈이 길을 부드럽게 해 주어서

걸을 때마다 무릎에 울림을 주어 걷기가 무척 나빴던 예전의 길을 잊게 한다.

 

 

 

게다가 이런 전망대에 태양광 핸드폰 충전장치라니... 5959 칭찬해요, 월악산국립공원.

 

 

 

이왕 전망대에 왔으니 구경이나 하다 가려고 들렸는데... 세상에 가까이는 덕주사 옆 봉우리인

삼봉능선이, 건너편 멀리부터는 주흘산, 조령산, 박쥐봉 그리고 북바위산... 그런데 이후로의 내림길이

 

 

 

국립공원 티 내려고 러는 겨? 아니 윗쪽에 있었던 돌들이 왜 여기서 죄다

돌계단으로 변신된 겨? 어휴~~  산자락엔 길이 여전히 돌로 덮혀 있고...  2929 칭찬을 회수해.

 

 

 

4시 10분. 마을로 들어선다.  산자락과 인접한 곳은 여전히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6년 전의 이곳에 비해 개발된 느낌이 물씬난다. 

하지만, 마을 뒷편으로 보이는 월악산의 웅장하고 영험한 모습은 여전했다.

 

 

 

오후 4시 35분. 자광사를 내려서면서 산행을 마쳤다. 통천교는 조금 더 내려가야 했으나

미리 산을 내려가신 captain J께서 벌써 차를 회수해 와서 그곳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p.s. 산행을 할 때면, 산행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하지만 산행을 마치고 갔었던 산을 조용히

음미 해 보는 것도 행복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

그 기록에서 찾은 옛 기억들. 바라보니 절로 미소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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