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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북한산 용출봉과 의상봉 _ 비밀의 정원 너머엔 블랙팬서가 있다는데... 본문
2024년 6월 11일(화).
북한산 용출봉과 의상봉에 다녀왔다.
구파별역에서 704번 버스 탑승, 백화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백화사 - 평산봉 - 비밀의 정원 - 용출봉 - 의상봉 - 블랙팬서 바위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산행을 했다.
간간히 햇살이 내비쳤지만, 여전히 뿌연 박무가 조망을 가렸던 날. 첫 전철을 이용한 관계로 더위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용출봉에서야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실감한 날.
계획으론 원효봉을 먼저 들리고, 블랙팬서를 찾아본 다음, 평산봉을 거쳐 이곳으로 내려올까 했는데... 작은용출봉에서 비밀의 정원으로 내려서기가 까다올 것 같아 반대 방향으로 걸을 결심으로 백화사 정류장에서 하차를 했다.
정류장에서 대충 산행준비를 하고 6시 54분, 백화사로 향했다. 걷다 보면 보이는 멋진 산그리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곧 가야 할 능선을 짚어본다.
백화사에 도착을 하고... 진한 밤꽃향의 응원을 받으면서 내시묘역길로 접어들었다.
예전, 비밀의 정원을 처음 찾아 갈 때처럼... 갈림길에서 의상봉으로 향했다가 곧 가사당암문 방향으로 들어서고...
오른쪽으로 철조망 울타리를 끼고 걷다보면... 울타리 너머로 계곡이 나오고... 그곳을 건너가야 평산봉 진입로가 나오는데... 이런이런!! 그곳이 막 혔 다! 그래도
쌓인 산행력이 있어서 당황하지 않고... 계곡을 따라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 산자락으로 길을 내면서 올라가, 예전에 걸었던 그 길 위에 섰다.
휴~~ 편해진 마음으로 깊은 숨 한 번 내쉬고는...
본격적인 오름길에 들어섰다. 키스를 안 한지 오래된 건가...? 이 바위는 한 여성이 남성을 찍어누르듯 키스하는 것으로만 보이니... ㅋㅋㅋ 그나마 우스운 생각을 하면서 한 20여 분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멈추고... 여기소에서 백화사로 들어서는 동네를 감상하는데... 이런 뿌연 공기라니..
이제 다시 조금 더 올라가 만나는 작은 슬랩지대. 이곳부터가 멋진 조망의 시작으로
가까운 응봉능선과 멀리 비봉능선을 멋지게 관람할 수 있는 관람석이 곳곳에 있는 곳이건만... 뿌연 박무가 조망을 가리고 있다.
어찌됐든... 평산봉 정상에 올라서서 주변을 보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용출봉 마저 뿌옇게 보였다. 현재시간이 8시 12분. 좀 더 시간이 지나 박무가 걷히면 좋겠는데...
여기 평산봉 부근에는 특색있는 바위들이 무척 많다.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바위... 그 앞에서 괜히 사색에 잠겨도 보고...
왠만한 집의 지붕 보다 넓은 평탄면을 지닌 테라스 바위. 이곳에선 특별히 퍼질러 앉아서 간식을 챙겨먹고
그 덕에 적당히 넘친 에너지는 우스꽝스런 동작으로 방출을 한 다음에
또 다른 이름있는 바위인 테트리스 바위로 향했다. 그런데...
이 길 맞지? 생각해 보니 지난 번에도 겁 먹고 움찔거렸던 곳이다. 고소감이 올 정도로 급격한 경사가 있는 바윗길이지만... 막상 미끄럽지 않아 조금만 주의를 가지면 쉽게 내려갈 수 있다.
아마도 응봉에 있는 뭔가가 맘에 들지 않은지... 열심히 삿대질 하는 바위를 지나면서 테라스 바위와 눈인사를 나누고
작은용출봉 허리를 돌아가는 길로 잠시 접어들다가 왼쪽 산 위로 올라서는 길로 올라가
사진 한 장으론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테트리스 바위 앞에 섰다. 커다란 바위가 모양에 맞춰 조립된 것처럼 보여 테트리스라 한 것 같다.
조망하기도 좋은 곳이라서 응봉능선 아래에 있는 삼천사의 풍경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열심히 오른 평산봉을 한눈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암튼, 좀 전에 걷던 용출봉 허릿길로 되내려가
외계 생명체를 닮은 바위 밑을 지나고
요즘 자주 볼 수는 있지만 이름은 모르는 꽃도 보면서... 테트리스 바위, 즉 용혈봉 암벽 밑을 끼고 돌다가
여기 이 바위. 지난 번에 굳이 디딤돌 바위라 부른 이 바위 위로 올라가서
위를 올려다 봤다. ㅋㅋㅋ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바윗길이다. 거의 직벽 수준의 길. 바위가 미끄럽지 않고 발 디디고 손 잡을 곳도 있어서 큰 위험은 없지만
그래도 두려운 마음이 일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경우엔 대단히 큰 위험으로 다가오겠구나 싶은 곳이다.
마침내 비밀의 정원 축대에 도착을 하고 바위를 잡고 디디고 해서
비밀의 정원에 올라섰다.
응봉능선과 비봉능선을 시원히 바라볼 수 있는 곳. 게다가 등 뒤로는 커다란 암벽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곳.
예전엔 분명 암자였을 곳이다. 예전 어느 성인께서 수도를 하셨을 텐데... 나 역시 만(卍)자가 새겨진 돌 위에 앉아 조용히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주변 풍광에 스며들기를 바랬다. 그랬더니... 다가드는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생각, 혹은 괴롭고도 슬퍼진 것들... 어휴~~ 와락 떨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어느 산우님 글에선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용혈봉 할미바위로 막바로 간다 하던데... 오늘은 예전에 올랐던 길을 확인하고 싶어 왼편 산 위로 향하는 바윗길로 올라섰다.
바윗길을 가다가 길이 숨었을 땐 오른쪽 숲 방향으로 들어가 길을 다시 찾고 하면서... 마침내 나타난 이 괴물바위를 보고 제대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다 보니
어느새 작은용출봉 정상이다. 이곳 역시 주위가 확 열린 조망 명소였지만... 이상하게도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막바로 용출봉으로 향했다.
의상봉에서 용출봉으로 오르는 주도로와 만났다. 음~ 딱 1년 전에 비밀의 정원을 들려서 이곳으로 왔었는데... 그 사이에 계단이 들어섰다고...? 암튼,
https://sinuku.tistory.com/8469156
용출봉 정상목과 인사를 나누고... 약간은 더운 듯 해서 바람 솔솔 불어오는
그늘진 적당한 바위 위에 앉아서 지나온 길을 짚어봤다. 저 앞 쪽이 평산봉이고... 요기 앞 쪽에 있는 봉우리가 작은용출봉이고.. 멍 때리고 있으니 또 외면해 둔 생각들이 달려든다.
안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서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과 나한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능선과 인사하고
비록 사이에 진한 박무가 끼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반가운 북한산 사령부께 인사드리고...
의상봉을 향해 길을 나섰다. 사실 오늘의 목표는 북한산에 있다는 블랙팬서 바위를 찾는 것이다.
여러 산우님의 글과 사진으로 추정컨대 아마도 저기 흰 원안에 있는 바위가 블랙팬서이지 싶다. 가급적 의상봉에서 막바로 찾아가는 것이 좋겠지만, 길을 찾지 못할 경우엔 국녕사에서 찾아갈 계획을 세우고
의상봉으로 향하는데... 물병으로 계속 손이 간다. 결국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나무그늘을 지나치지 못해 배낭을 내리고 아예 누웠다. 잠깐 눈이나 붙일까 했는데... 또 와락 달려드는 외면해 둔 생각들.
결국엔 다시 길을 나섰다. 휴~ 언제나 명랑하고 자신감이 넘쳐나던 우리 둘째. 의욕있게 개인사업을 일구었는데... 그게.. 몇 번을 실패하고 나서 우울증을 얻은 것 같다.
얘야~ 충분하진 않지만... 우리 먹고 살 정도는 되니 그냥 누워있어도 되고, 푹 쉬면서 에너지 충전하다가 무료하다면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해도 되고...
가사당암문을 지나고 의상봉 영역으로 들어섰다.
별로 높지 않은 않은 봉우리를 오르는데... 쉼 두 번을 갖고 나서야 정상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왜 이러지?
딱히 힘든 것은 없는데... 발걸음이 무겁고 물병에 손이 자주 갔다. 온 길을 뒤돌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을 때면, 또 그 때 뿐이고...
아하! 오늘 30도를 넘나드는 날씨랬는데... 유독 더위에 약한 나였으니 아마도 더위를 타는 것일까? 정상에 잠시 앉았다가 주위에 다른 길은 없을까 찾아보니...
국녕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여서, 우선 그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갈래길이 나올 때면 멀리 흑표바위로 추정되는 바위로 향할 것 같은 길을 따라가는데... 이 길.
거칠고 위협적인 곳은 없는데, 가파른 경사에 도처가 마사토여서 미끄러짐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암튼, 블랙팬서로 추정되는 바위 위에 도착. 한바퀴 둘러보다가 날카로운 모양을 지닌 바위를 보고서
이 바위가 블랙팬서임을 확신하고 재빨리 바위 밑으로 내려와서는...
짜잔~~ 마침내 북한산에 서식하는 흑표와 만났다. 반갑다 블랙팬서.
어느 누군가처럼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는 몰상식은 없고... 그대 옆에 있다는 인증은 하고 싶어서... 셀프 인증을 한 다음에 산성계곡으로 내려가려 하는데...
가만! 이 바위는 투구를 깊숙히 내려쓰고 엄숙하게 성문을 지키는 근위병의 모습이다. 그래도 심심하진 않겠다 사시사철 북한산 사령부를 바라볼 수 있으니
블랙팬서에서 내려와 법용사와 국녕사를 잇는 도로로 나왔다. 많은 신도들이 다니는 길인 만큼 넓고 편안해서
가급적 빠른 시간에 법용사에 다다랐고 뒤이어 의상능선을 오르다가 종종 탈출해서 내려오던 북한산성계곡길과 만났다.
계곡길을 따라내려오다가, 원효봉으로 가려면 저기 앞 쪽에 보이는 다리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했으나... 더위 때문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왼쪽 깋로 향했다. 언제부턴가 굳이
계획은 지키는 것 보다는 현실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의가 돼서 원효봉을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여전히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 12시 7분, 산행을 마쳤다.
무척 더운 날씨가 분명한 것 같다. 부근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냈지만 여전히 시원한 무언가가 필요해서 근처에 있는 냉면집에 들어가 냉면을 마치 물 들이키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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