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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도락산(feat. 주마링 & 안자일렌) _ 천천히 걷기도 연습을 해야 함. 본문
2024년 9월 23일(월).
충북 단양에 있는 도락산에 다녀왔다. 상선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상선암 - 제봉 - 형봉 - 신선봉 - 도락산 - 신선봉 - 채운봉 - 검봉 -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모처럼 맑은 하늘과 많이 덥지 않은 날씨였으며 오는 12월 히말라야 메라피크 등반 시 필요한 주마링 사용법과 안자일렌 훈련을 메라피크 등반팀과 함께 산행을 하면서 했다.
오래전엔 무척 자주 왔었던 여기 상선암 주차장. 그렇지만 월악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론 처음 온 것 같다. 그러니 익숙한 곳이지만 전혀 새로운 이 주차장에서 9시 45분 도락산으로 향했다.
그래도 자주 왔었던 곳이니 만큼, 망설임 없이 마을 중앙로로 올라가 산자락에 자리한
상선암 앞마당까지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이어갔는데...
상선암 우측으로 이어지는 평탄길이 낯설기만 했다. 왜? 도락산 하면 늘 떠오르는 생각이... 첨부터 빡쎈 오름길이었으니까... 그러면 그렇지! 평탄길을 10여 분 정도 걸었을까...?
이 뜬금없는 오름질이 시작되는데...??? 어랏! 나무계단이 있고 철계단이 있네...? 예전에 그 가파른 오름질을
가는 길 옆에 있는 튼실한 소나무를 부여잡거나 듬직한 바윗덩이를 껴안고서 새된 숨소리를 재우곤 하면서 오르던 곳인데... 이제는 계단이 있어 오르기가 좀 수월해 진 듯했다. 그래도
가파른 경사만큼은 변함이 없어서 계단 오름 중 간간히 뒤돌아 억지 감상을 하곤 했는데... 와우~~ 이 멋진 풍경을 어찌 간직할 수 있으려나!!!
충북 산의 특징 중 하나라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멋진 소나무를 들 수 있는데... 여기 도락산이 그 대표적인 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예전부터 이곳에 올 때마다 찾던 장소가 있는데... 설마
길을 정비하면서... 숨겨진 것은 아닌지 조바심을 내면서 오르고 있는데... 와우~~ 찾았다. 길 왼쪽에 떨어져 있어서 굳이 찾지 않았다면 지나칠 뻔!! 그래도
이렇게 찾고 나니 행복감이 마구 상승되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바뀐 길로 인해 접근하긴 어렵고,,,
비록, 8년 전의 그곳이지만... ㅋㅋㅋ 살짝 이곳에다 덧칠해 놓고 보니 절로 입꼬리가 상승 중.
암튼, 첫 봉우리에 올라섰는데... 예전에도 이름이 있었나...? 상선암부터 시작되는 오름길이 여기서 한 매듭을 맺어서일까? 상선암봉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앞으로도 오름길이 나오지만...
상선암부터 이곳에 오르기까지의 오름길이 하이라이트 구간이라서 이곳을 올라서고 나면 늘 다 올라왔다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이번 역시 그런 느낌이어서 느긋한 쉼을 가진 다음
새로운 자세로 힘 있게 출발. 살짝 아래로 내려섰다가
한 움큼 올라서고 또
늘 내게 감동을 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상황에 맞게 잘 자라는 나무들이 내겐 언제나 감동으로 다가오곤 하는데... 이 녀석은 마치 발레리나의 공연을 보는 감동을 주고... 이 녀석은 용틀임의 실감을 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곧 제봉이다. 이름이란 게 참 묘하다. 이름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서 그 봉우리의 이름을 부르고 나면... 아마도 대부분은 그곳에 멈추어 서서 적당한 휴식을 취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제봉에서 형봉으로 가는 길. 아기자기한 암릉길도 있고 특히,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는 멀리 영봉의 모습도 보이는데... 보다 보니 괜히 가슴이 웅장해 졌다.
도락산 정상에 들렸다가 하산할 예정인 채운봉 능선도 보여서 정말 이제는 정상에 다 왔구나 하는 느낌이다. 덩달아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암튼,
정상이 가까이 있고 이후론 험한 길도 없으니... 오늘의 리더께서 적당한 공터에 배낭을 내리게 하고는... 주마를 이용해 밧줄로 어려운 구간을 오를 수 있는 주마링 강습을 하셨다. 열심히 듣고 실습도 하다 보니 어느새 12시 24분. 내친김에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휴식도 가졌다.
점심시간을 마치고는... 6명이 하네스를 착용하고 한 조를 이루어 안자일렌 훈련에 돌입했다. 히말라야 메라피크를 등반을 할 때, 갑작스럽게 나타난 크레바스에 대한 사고를 대비한 훈련이다.
줄 하나에 몸을 묶고 6명이 같이 움직이되 앞사람을 당기면 안 되니까 앞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뒷사람이 줄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가는 훈련이 그것인데... 사고가 안 생기려면
우선 선두에 있는 사람이 진행 속도를 원만히 해야 할 것 같았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와 같은 아마추어들 이라면...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상책일 듯. 암튼, 6명이 보조를 맞추며 형봉을 지나고
채운봉 갈림길을 지나면서 조원 중 누군가가 지쳐서 움직이기 힘들 때는 눈보라가 있는 설산에서는
소리가 안 들리니 줄을 톡톡 당겨서 앞사람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약속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신선봉에 올랐다. 오우~~ 여기 도락산의 최고 뷰 맛집인 신선봉 마당바위. 고산을 산행할 때 승패를 결정 짓는 것이 고산병인데... 빨리 움직일수록 그 증세가 일찍 찾아온단다. 그러니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훈련 중 하나. 덕분에 주변을 아주 자세히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저기 멀리 관측소가 보이니... 저곳이 소백산 연화봉일 테고... 그렇다면 오른쪽의 봉우리가 도솔봉...?
암튼, 다시 정상을 향해 가는데... 오랜만에 왔어도 유독 기억나는 바위가 보였다. ㅋㅋㅋ 12년 전에 내 발자국으로 덧칠한 바위였으니 그럴밖에...
주마링 교육과 안자일렌 연습으로 이미 시간의 의미가 없는 산행이 되긴 했지만... 2시 08분. 정상에 도착했다. 하네스를 벗고 오늘 훈련도 마치고... 정상 인증을 했는데... 오래전 사진 하나가 기억나 옆에 붙여도 보고...
정상놀이를 충분히 한 다음에 다시 신선봉으로 향했다.
워낙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신선봉 마당바위. 올라올 때 즐겼지만 또 지나칠 수 없어 햇볕으로 뜨끈해진 바위에 등을 붙이고 한참 동안 찜질을 하는데... 설핏 바라본 채운봉이 ㅋㅋㅋ 빨리 오라고 부르는 듯해서
좀 전의 삼거리로 되돌아가 이번엔 채운봉 방향으로 놓인 나무 데크를 지나쳐 가고 있다. 당장이라도 채운봉에 오르려 했지만...
워워~~ 고산에서는 조급증은 금물이라는 리더의 말씀을 듣고 뒤돌아 섰다. 왜냐면... 뒤돌아 서면 왼쪽 형봉의 슬랩과 오른쪽 신선봉의 슬랩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튼, 채운봉은... 먼 곳에서 보면 모양이나 나뭇잎 색이 다채로워 멋지게 보였지만... 가까이 에서는 기암과 나무가 멋지게 어우러진 모습만 보였다. 그래서 머무르지 않고
그냥 지나쳐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또 한참을 오르고 허리 한 번 펴고는...
또 열심히 오르고 또 오른 끝에
검봉에 도착했는데... 오히려 검봉이 채운봉 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검봉을 잠깐 지나면 전면이 확 트이는 조망처가 나오는데.. 상선암부터 제봉, 형봉으로 오른 능선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그 멋진 모습을 보다 보면 절로 호연지기도 길러지는 것 같고,,, ^^
이후의 내리막길에서도 멋진 산 모양을 감상할 수 있어서... 채운봉 보다 오히려 검봉에 무게를 더 주게 되는 듯싶다. 암튼, 검봉에서 한참을 내려섰다가 잠깐 올라가는데...
오르는 중에 힘이 들지 않더라도 잠깐씩 서서 뒤돌아봐야 할 듯했다. 왜? 방금까지 내려온 검봉과 그 주위로 펼쳐진 그림이 너무 멋들어지게 다가오니까.
도락산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는데... 그중 하나인 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사실, 기억으론 정상에서 가까이 있었는데...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정상에서 이어갈 수 있다는 황정산도 보고...
가는 방향 왼쪽 아래, 내궁기 마을로 가는 능선도 살펴보면서... 음~ 저기로 내려가면 멋질 것 같은데...? 혹은 내궁기 마을 뒤쪽으로 펼쳐진 황장산 능선을 보면서 예전에 그곳을 갔었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하고...
그렇게 또 긴 휴식을 가진 후에 다시 산자락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에고~~ 너무 긴 쉼을 가져서일까...? 작은 오름구간을 오르는 것도 힘이 들어...
너무 오래 쉬었다고 투덜댔더니... 그 소리를 들었는지 리더께서 말씀하길 "고산에서는 작은 움직임과 꾸준함.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고 조급증은 금물"이라 하신다. 암튼, 멋진 고사목과 작별을 하고
이제부터는 순전한 내리막길. 급한 경사의 바윗길을 내려가 큰선바위 곁을 지나고
또 잘 정비된 데크길로 내려가 작은선바위 곁도 지나서 마침내
시밋골을 건넜다. 많은 물이 흐르고 있는 시밋골. 땀을 씻고 갈까...? 망설이다가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어서 다시 마을로 향했다.
드디어 마을이 보이고... 마을을 가로질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5시 35분이었다.
워매~~ 고작 7 km의 거리를 7시간 넘게 걸었다고...? ㅋㅋㅋ 이로서 늦게 가기 훈련의 첫 발은 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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